제244화
“이사요? 이사를 하려고요?”
“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박진섭의 태도가 떠올라 말을 덧붙였다.
“아마 그럴 거예요. 다만 남영 쪽에 괜찮은 집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남영은 사람도 많지 않고 집도 구하기 쉬워요. 연아 씨가 원하는 조건에 달렸죠. 사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빈집이 꽤 있거든요. 한번 와서 볼래요?”
“나은 씨가 사는 데가 어딘데요?”
“더 팰리스요.”
다음 날 아침, 나는 곧장 더 팰리스로 향했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이나은이 나를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연아 씨가 집을 구한다고 해서 어제 바로 부모님께 여쭤봤거든요. 마침 우리 옆집 집주인이 외지로 나가면서 집을 비워놨더라고요. 집주인 어르신들도 제가 잘 아는 분들이라 성격도 좋으시고요. 괜한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생각보다 빠른데요?”
“어제 전화할 때 부모님이 옆에 계셔서 바로 말씀드렸거든요. 어르신들이 떠나기 전에 아버지한테 열쇠까지 맡기고 가셨다니까요. 연아 씨가 온다고 하니까 제가 먼저 연락도 드려놨어요. 잠시 뒤에 어르신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집을 봐도 돼요. 마음에 들면 바로 계약해도 되고요.”
나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나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정말 일 처리가 빠르네요.”
“이런 건 빨리 끝내야죠. 잡다한 걸 질질 끌면 정작 중요한 걸 못 하잖아요.”
이나은은 곧장 집주인과 연락해 집을 보여줬다.
집을 둘러본 나는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가격을 합의한 뒤, 나는 돈을 집주인에게 송금하고 전자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실 지금 손에 쥔 돈은 강연아가 예전부터 조금씩 모아둔 돈이었다.
강연아는 집안에서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늘 소홀히 대접받았다. 학비며 생활비도 부모 마음 내킬 때만 주었기에 대학 시절부터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돈을 저축해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쳤는데 결국 마지막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드니 나는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내 표정이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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