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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내 생각은 금세 박진섭의 목소리에 휩쓸렸다. 낮게 울리는 그 말투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질 뻔했다. 그런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몇 초간의 의식이 나를 붙잡아 세웠다. 나는 박진섭의 옷깃을 살짝 젖혔다. 그는 눈썹만 치켜올리고는 그 어떤 반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살짝 뒤로 뻗으면서 내 손길을 받아냈다. 드러난 가슴팍에는 피가 살짝 배어 나온 붕대가 보였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거두었다. ‘내가 착각했군.’ 조금 전까지도 박진섭은 조금도 환자 같아 보이지 않았기에 이 모든 게 그의 계산된 연기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었다. 사람 마음을 흔드는 게 사업가에게는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운 일이니까. 하지만 내 추측은 빗나갔다. 목이 바싹 타들어 가면서 동시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고개를 들자 나는 그의 시선이 마주했다. 박진섭은 웃음을 머금은 눈으로 물었다. “연아 씨, 내가 연기했다고 생각했어? 못 믿겠으면 붕대를 풀어봐도 돼.” “미안해.” 나는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사과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야.” “지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래. 진섭 씨가 생각할 시간을 준다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얼마나?” “세 달.” “너무 길다. 열흘.” “한 달.” “좋아.” “...” 박진섭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였다. 내 호흡은 목에 걸린 듯 답답하게 오르내렸다. 눈을 들어 바라본 박진섭의 눈가에는 여전히 웃음이 번져 있었다. 어딘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스쳤지만 그의 상처를 다시 보고 나니 그저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나 싶었다. 손에 쥐고 있던 귤은 어디로 굴러떨어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오후에 아주머니가 반찬을 가져다주셨다. 나는 그 틈을 타 잠시 집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이나은과 마주쳤다. 그녀는 파자마 차림으로 내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어디 가는 길이에요?” “친구가 아파서 입원했거든요. 며칠은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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