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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갑자기 떠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나은이 태연한 얼굴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걸 보고서 내 마음속에 있던 섭섭함도 금세 옅어졌다. “좋아요. 연락은 계속해요.” 그렇게 나는 이나은과 인사를 마쳤다. 이주희와 다시 만날 날이 곧바로 찾아왔다. 박진섭이 남영에 가지고 있는 별장을 알아내고 찾아왔는데 나는 그 사실도 아주머니에게서 전화를 받고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한 후 아주머니는 나를 맞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이 지금 거실에 계세요. 제가 차를 갖다드렸는데 좀 만만치 않은 분 같더군요. 대표님께 연락드려야 할까요?” “아니에요. 그냥 가서 일 보세요.” 아주머니가 떠난 뒤, 나는 거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주희는 자리에 앉아 한쪽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주희가 정신을 차리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나를 훑어봤다.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여기 살지 않는 모양이네요?” 나는 곧바로 대답을 준비하면서 이주희의 맞은편에 앉았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고개를 숙이면서 시선을 피했다. “예전에는 여기서 지냈어요.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이사를 했어요. 이곳까지 찾아오실 줄은 몰랐네요.” 이주희는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 나는 또 물었다. “여긴 박진섭 씨의 명의로 된 집이에요.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면 진섭 씨도 금방 알게 될 텐데요.” 이주희는 태연하게 받아쳤다. “처음 강연아 씨를 만났을 때부터 박진섭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 사람은 속을 알 수 없는 블랙홀 같은 존재죠. 그래서 오늘은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 박진섭이 알게끔 말이죠. 내가 떠난 다음에 강연아 씨가 직접 박진섭에게 전화해서 말해주면 되잖아요. 그러면 박진섭의 의심도 줄어들 거고요.” “그런 방법도 있군요?” “아직 어려서 생각이 짧은 것 같네요. 이것도 제대로 파악을 못 하다니. 조금이라도 더 감추려고 하면 오히려 티가 나는 법이죠. 강연아 씨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사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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