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이주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의 표정은 점점 의심으로 굳어졌고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강씨 가문 사모님, 사망자 강지연 씨의 친어머니가 맞으시죠?”
경찰의 명백한 의심에 찬 어투에 이주희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다.
송시후는 이 틈을 타 경찰의 주의를 돌리며 말을 받았다.
“저희가 마지막으로 강지연을 본 건 4일 전 엔젤 호텔에서였습니다. 저와 싸우고 나서 케이크를 사러 나간다고 하더니, 그 후로 실종됐습니다.”
박진섭은 엔젤 호텔이라는 이름을 듣자 얼굴빛이 살짝 변했고 안색이 좋지 않은 이주희와 불만스러운 표정의 송시후를 번갈아 보며 일단 입을 다물었다.
나는 박진섭 옆에 앉아 있었다.
어쩌면 그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자리를 잡았고 마치 외부인처럼 이곳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 진정으로 나를 걱정하는 사람은 박진섭뿐이라는 것을.
내 엄마와 남편은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짜증을 내비쳤고 심지어 내 사망 소식을 듣고도 믿으려 하지 않고 대충 넘기며 내가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죽었다.
강유나를 흠모하는 자의 손에 잔혹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죽는 순간 배가 갈라지고 사지가 잘려나갔으며 위액이 내장을 부식시켰다. 이런 고통은 내 영혼을 괴롭혔다.
나는 송시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무슨 일로 다투셨습니까?”
경찰은 수첩에 내용을 기록하며 재차 질문했다.
송시후는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질투심에 헛소리하는 건 그렇다 치고, 그날이 강지연 여동생 생일이었는데 굳이 찾아가서 훼방을 놓으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몇 마디 했더니 삐쳐서 나가 버렸어요.”
“여동생이요?”
경찰은 자료를 뒤적거리며 되물었다.
“강씨 가문에서 입양한 딸, 강유나 씨 말씀이신가요?”
이주희가 끼어들어 말했다.
“유나는 비록 입양한 딸이지만, 쭉 제 곁에서 자라서 친딸이나 다름없어요. 입양아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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