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강유나는 달콤한 말 몇 마디로 이주희의 마음을 녹였고 당분간 강민수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다정하게 껴안은 모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등을 돌렸다.
‘됐어, 이제는 그만.’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
‘나는 이미 죽은 몸인데,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엄마와의 인연은 내가 사라진 그날부터 끊긴 걸까? 이렇게 외로움 속에서 살아갈 운명이었던가? 그래도 나는 부모님을 다시 찾고 학업도 마칠 수 있었으니, 다른 아이들보다는 운이 좋은 편이었지. 보육원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보지도 못한 채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갔는데...’
‘적어도 나는 그들보다 조금 더 긴 인생을 살았어. 그런데 이 가슴은 여전히 찢어질 듯 아파. 나는 이렇게 죽어버렸어. 부모님은 나를 외면하셨고, 남편은 내 동생과 함께했어. 내 아이는 그 살인마가 내 배를 갈라 꺼내 버렸지. 원래... 원래 나는 그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심지어 꿈속에서까지 그 아이를 봤었지. 그 작고 연약한 몸뚱이. 보들보들한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을 간지럽히던 꿈이었어. 솜뭉치를 쥔 것 같은 그 느낌이 너무나도 환상적이어서, 나는 계속 그 아이가 태어나길 바랐는데...’
‘누구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을 때, 피를 나눈 아이를 갖고 싶었어. 그 아이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나 역시 온전히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절대 내가 겪은 것처럼 어린 나이에 버려지지 않도록 할 거야. 외면당하지도, 억울함을 참지도 않게 할 거야. 순종만이 사랑받는 방법이라 믿는 사람으로 키우지도 않을 거야. 그 아이가 빛나길 바랐어.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이 세상을 살아가길 원했지. 하지만, 이 세상에 오기도 전에 죽어버렸어. 내 손바닥에 잠깐 머물렀던 그 보드라운 구름 같은 아이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어.’
강유나는 이주희와 함께 집에 있었다. 오후가 되자 송시후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시후야.”
친구들과 마작하기로 약속 한 이주희는 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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