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박진섭이 중얼거리자 나는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그의 붉어진 눈가를 보았다. 그는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앞이 비어 있어 어디로 내밀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나의 눈물이 묻어있는 손이 그의 따뜻한 손과 마주치는 찰나, 나의 영혼은 그의 몸을 꿰뚫지 않았다. 비록 영혼이 점점 투명해 지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박진섭은 몸을 가볍게 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지연아?”
그도 내 손을 느낀 것이다.
“박진섭! 난 여기 있어.”
나는 즉시 일어서 그의 앞에서 말했다. 나는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박진섭, 난 곧 사라질 것 같아. 내가 죽은 후에도 이렇게 많은 일을 해줘서 고마워. 비록 죽었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미안해, 학교 외에 너희를 어디에서 만났는지 아직도 기억나지 않아. 아마 사라질 때까지도 떠오르지 않을 거야.”
“나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해. 그 외에 네가 나에게 준 관심과 정성만으로도 충분했어.”
“만약에……”
나는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박진섭은 여전히 허전한 눈빛으로 아까 나와 잡았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내 말을 듣지 못했다.
나는 한순간 기운이 빠져버렸다.
이렇게 많은 말을 전할 수 없어서 답답했지만 나는 살며시 다가가 그를 가볍게 안아 주었다.
“박진섭, 고마워.”
박진섭 두 손을 들어 올리다가 다시 허공에서 멈춰 버렸다.
임준호가 다가오며 말했다.
“대표님?”
박진섭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기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내렸다. 그는 몸을 돌려 멍해진 김경애를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께 웃음거리를 보였네요.”
김경애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지연이와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어?”
“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박진섭은 이미 정신을 차리고 거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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