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돌아가지 말고 그냥 보육원에 남아 있으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저 잡초처럼 거칠게 자라더라도 저 황금빛 감옥에 갇혀 결국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꼴이 되지 않길 바랐다.
‘네가 기대하는 사랑, 그곳에는 없을 거야. 아니,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 것이 아니야. 그곳에서 넌 죽을 수 있어.’
하지만 이 세상에 후회 약은 없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고, 희미한 기억 속에서 느꼈던 사랑을 위해 부모를 따라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 과거의 나를 막을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려보니 그 비현실적인 환상은 그저 꿈일 뿐이다.
김경애가 말했다.
“그런 거였군. 전부터 궁금했어. 자네가 지연이에게 보이는 관심은 오랜만에 만난 동창 그 이상이었어. 어쩐지 더 깊은 관계였던 것 같았거든. 하지만 이제 와서 그걸 따져봤자 의미 없지. 자네가 진심으로 지연이를 안타까워해 준다면 그걸로 됐어.”
박진섭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침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김경애와 두어 마디를 나눈 뒤, 위층으로 올라가 휴식을 취하겠다고 했다. 임준호도 따라 올라갔다.
방에 들어선 박진섭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준호야, 이젠 우리 둘 뿐이야... 너 아까 지연이를 느꼈지? 그렇지?”
임준호는 망설이는 듯했다.
“저도 강지연 씨의 울음소리 같은 걸 들은 것 같습니다만 곧 끊겨 버렸어요. 게다가 방금 통풍이 심했으니까... 바람 소리가 울음소리처럼 들렸을 수도...”
“정말 내가 최근에 환각을 일으키고 있는 걸까?”
박진섭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임준호를 바라봤다.
“저번에 경찰국 부검실 밖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나? 그때도 나는 지연이가 거기 있는 것 같았어. 우리에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어떤 형태로 말이야. 하지만 분명 그곳에 있었다고.”
임준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강지연 씨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현재 시신은 경찰서에 보관 중이고요... 대표님이 지나치게 강지연 씨 일에 신경을 쓰시다 보니, 가끔 자연현상을 오해하시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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