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젠 이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어쨌든 김경애는 나에게 많은 관심을 줬다. 원래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는데, 내 일에 개입하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100%의 진심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다음 날 아침, 박진섭은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경찰은 내 사지가 발견되었으며 뜻밖의 단서도 얻었다고 전했다. 박진섭은 즉시 경찰서로 향했고 김경애도 함께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 김경애는 손을 떨고 있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진섭과 임준호는 더더욱 말이 없었고, 두 사람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나는 박진섭뿐만 아니라 송시후 부자와 강씨 가문의 부모, 심지어 강유나까지 온 것을 발견했다.
강유나는 허약한 모습으로 이주희에게 기대어 눈시울을 붉힌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이주희는 그녀를 달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어 보였다.
나는 한 번 흘겨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서류를 든 경찰이 나타났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고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곧 박진섭에게 다가갔다.
“박 대표님, 이 자료를 확인해 주십시오. 전담팀이 저쪽에 대기 중이니 임 비서님과 함께 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박진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임준호와 함께 경찰을 따라갔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려 하자 다른 경찰이 막아섰다.
“죄송합니다. 유족분들은 시신을 확인하시려면 다른 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곳은 사건 전담팀 회의 장소라 출입이 제한됩니다.”
송시후는 불쾌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고 송국범은 더욱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돌아섰다.
이주희는 강유나를 끌어안은 채 물었다.
“그럼 박진섭 씨는 왜 들어갈 수 있죠? 그분도 관계자 아닌데요?”
경찰은 단호하게 답했다.
“박 대표님은 다릅니다.”
경찰은 가볍게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이주희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감히 말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고 있었다. 강유나가 흐느껴 울기 시작하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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