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문이 굳게 닫혀 있어 김경애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박진섭과 경찰이 함께 돌아왔고, 문이 열리는 순간 박진섭이 급히 단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대리석 테이블 앞에 멈춰 서서 내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몸통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꽉 쥐었다가 폈다를 여러 번 반복한 뒤에야 법의관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새로운 발견이 있어요?”
“피해자 왼팔에 뚜렷한 손자국이 남아있습니다. 관찰 결과 엄지손가락 자국으로 판단되며, 팔이 수중에서 발견된 관계로 부어오르며 손자국이 드러났습니다. 다만 DNA 추출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법의관은 장갑을 낀 손으로 흰 천 위에 놓인 쟁반을 가져왔다. 그 위에는 내 손에서 떼어낸 반지가 놓여 있었다.
“또한 피해자 손가락에서 이 반지를 발견했는데 위치상 결혼 반지로 추정됩니다.”
손이 부어오른 탓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빼낼 수 없어 반지를 절단해서 제거한 것이었다.
박진섭은 반지를 흘깃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경애는 그 반지와, 이제 막 봉합이 끝난 내 시신을 번갈아 보며 몸을 떨었다.
“지연이야... 정말 지연이었어. 이 반지는 지연이 거야. 그때 내가 지연이에게 골라준 반지였는데...”
김경애는 이미 내 사망 소식을 알고 있었을 터였다. 아마도 최종 확인을 통해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사라진 모양이었다.
나는 조용히 서서, 어딘가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듯한 힘을 느꼈다. 공허한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 같은 그 힘에 저도 모르게 저항했지만, 그 힘은 강제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부드러웠다.
그 순간 송시후와 강씨 가문 사람들이 밖에서 들어왔다. 법의관이 반지를 가져오는 장면을 목격한 송시후는 반지를 보자마자 얼어붙은 듯 굳어버렸다. 강유나가 그를 두 번이나 불렀지만,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의 시선도 반지로 향했다.
김경애가 말한 대로 그 반지는 나의 결혼 반지였다. 하지만 송시후와 함께 고른 것이 아닌, 김경애가 나를 위해 선택해 준 것이었다.
그때 나와 송시후의 일이 갑자기 들통났을 때 나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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