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93화

“피곤하군... 방에 가서 잠시 눈을 붙여야겠어.” 박진섭이 일어나 계단을 올라가자 임준호는 아래층에 잠시 서 있다가 뒤돌아 나갔다. 나는 박진섭을 따라 위층으로 떠올라 갔고 그가 세수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참 동안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낯익게 나를 끌어당기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난 눈앞이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둑한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곧바로 시야 정면에는 허술하게 빛이 새어 들어오는 낡은 문이 보였고 그 바깥에서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풍경이었다. 벽과 가구는 낡았지만 공간은 넓었고 나는 그 소리를 따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강렬한 빛이 눈앞을 뒤덮어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빛 속에서 오래된 스웨터 조끼를 입은 어린 소년이 한 그루 마른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소년은 손에 낡은 시계를 쥐고 있었고 초침이 흘러가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고 가까이 가서야 알았다. 그 소년은 키가 나보다 조금 더 컸고 내 손발은 아이처럼 작아져 보였다. 알고 보니 지금 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무슨 의미일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눈앞의 화면이 산산이 부서졌다. 마른나무 곁에서 시계를 들고 있던 소년도 조각과 함께 사라졌다. 눈앞이 빙빙 도는 사이에 나는 다시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교복을 입은 소년 시절의 박진섭이었다. 앞머리는 젖어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내 침대 옆의 탁자 위에 내려놓더니 곧장 내려다보며 눈길을 내리꽂았다. “그 남자를 위해 네 목숨까지 버릴 셈이었어?” 하지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장면이 또다시 바뀌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눈앞에는 내가 가장 익숙하게 알고 있는 지금의 박진섭이 앉아 있었다. 성숙하고 절제된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는 소파에 앉아 미간을 약간 찌푸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