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예전, 박씨 집안과 우리 집안의 사이가 좋았을 때조차도 엄마가 박씨 본가를 찾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피부 관리니, 명품 쇼핑이니, 엄마의 시간은 늘 자기 자신을 위한 투자로 가득했으니까.
굳이 본가까지 발걸음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나는 본가 정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붉은 대문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들어왔다.
바로 한미애였다.
진한 보랏빛 송금 외투를 걸치고 머리는 단정하게 틀어 올린 채, 물기 어린 옥비녀를 꽂고 있었다.
그녀의 등장이 너무도 의외라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마지막으로 그녀와 마주했던 건, 조예선 아이의 생일 파티 때였다.
그날 우리는 꽤 불쾌하게 헤어졌다.
그런데 하필 오늘.
박지한이 우리의 관계를 세상에 공개한 오늘, 박씨 본가에서 다시 그녀를 마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원래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내 손에 온시연에 대한 증거를 확실히 쥔 다음에야 한미애에게 천천히 설명하고 해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더는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얼굴을 두드려가며 간신히 입꼬리를 올렸다.
“할머니, 아줌마... 안녕하세요.”
한미애는 날 슬쩍 힐끗 보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
그 눈빛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안도했다. 혐오가 아니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다.
오히려 할머니는 반갑게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어쩐 일이냐? 하필 오늘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깻잎소불고기를 시켜뒀다니까.”
“잘 왔네요. 요즘 제 운이 좀 좋은가 봐요.”
나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김금옥을 가운데 두고 나와 한미애는 양옆에서 그녀를 부축한 채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거실에 도착하자 희망이가 의자에 앉아 초콜릿을 먹고 있었고 우리를 보자 반가워 깡총깡총 뛰어왔다.
“증조할머니!”
나는 혹여라도 할머니와 부딪힐까 봐 깜짝 놀라 희망이를 얼른 붙잡았다.
“희망아, 인사해야지. 이분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희망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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