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고풍스러운 자개 병풍이 자연스럽게 나와 한미애를 본가의 중심에서 분리해주었다.
그 너머에선 희망이의 웃음소리, 박무철의 유쾌한 농담 그리고 식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어우러져 흘러나왔지만 이 작은 정원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마치 이곳만 딴 세상 같았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네.”
모두가 거실에 모여 있는 틈을 타, 한미애와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정원 쪽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얘기, 나도 들었어.”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사실이 아니에요. 누군가 일부러 절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한미애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예전처럼 불쾌한 기색도 노골적인 경멸도 보이지 않았다.
“지한이가 그러더라. 그 일, 시연이가 꾸민 거라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온시연 걸 베낀 게 아니라 걔가 제 걸 가져간 거예요. 그리고 4년 전... 제가 온시연 약혼자를 뺏은 게 아니라 온시연이 다른 남자와 도망쳤고 우리 부모님은 박씨 가문과의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를 대신 시집보낸 거예요.”
이 말들을 내뱉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그동안 가슴속에 눌러 담아뒀던 진실이 터져 나오자 나도 모르게 숨이 편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미애의 반응을 살폈다. 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적어도 내 입으로는 설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는 예상과 달리 날 다그치지도 냉소도 짓지 않았다.
그저 차분히 물었다.
“증거는 있니?”
나는 짧게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조사 중이에요.”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게 아니야.”
그 말에 나는 순간, 나는 눈이 조금 커졌다.
설마 한미애가 이토록 이성적으로 날 대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녀는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희망이는 우리 박씨 가문의 피를 이은 아이야.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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