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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효주’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송서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효주는 그녀의 혈육만이 아는 어릴 적 이름이었다. 그녀는 줄곧 보육원에서 자라왔기에 자신이 실종된 아이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한테도... 가족이 있었다니.’ 송서아는 오랫동안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전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증거를 대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녀는 마침내 상대가 자신의 친오빠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 순간, 송서아는 억눌려 왔던 오랜 설움과 억울함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오빠는 그녀에게 우리는 재벌가 집안이고 그녀가 실종된 후 줄곧 찾아 헤맸지만 국내에서 아무런 소식도 못 얻었다고 했다. 해외로 나가면 혹여나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온 가족이 출국했다고 전했다. 이제 드디어 그녀를 찾았으니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그동안 못 해준 걸 제대로 보상해주고 싶었으니까. 오빠는 그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듯했고, 여전히 그녀의 현재 상황만 걱정하고 있었다. “효주야, 그동안 잘 지냈어? 걱정 마, 엄마, 아빠랑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것만 너한테 해줄 거야. 아 참, 남자친구는 있어? 오빠가 그동안 너를 위해 많은 후보를 물색해 놨어. 돌아와서 고르기만 하면 돼. 내 동생, 당연히 최고를 누려야지! 넌 충분히 그럴 자격 있어.” 오빠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송서아의 눈시울도 점점 붉어졌다. 남자친구, 그녀에게도 있긴 했지. 임은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그가 갑자기 고백했을 때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질 것 같은 그 희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 임은우는 그녀와 함께 석양을 쫓고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바라보며 로맨틱한 불꽃놀이를 선사해주었다. 단지 송서아가 깜짝 놀라면서 환한 미소를 짓길 바라며 정성껏 준비해 주었다. 그녀를 위해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지는 것도 감수하며 몸싸움을 벌였고, 한밤중에 그녀가 먹고 싶어 하는 매실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거리 세 곳을 누볐으며, 생리 기간에는 부드럽게 배를 만져주었고 대추차를 끓여주기도 했다. 내가 너의 영원한 흑기사가 되어줄 거라고 말하던 임은우였는데... 이 모든 아름다운 순간들은 송이나가 돌아온 날 멈춰버렸다. 송이나가 돌아온 후, 송서아는 임은우의 마음속 1순위에서 그만 밀려났다. 그녀는 더 이상 지난 몇 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울먹이면서 오빠에게 대답했다. “남자친구 없어요. 저 지금 바로 수속 밟고 오빠랑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게요.” 남매는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송서아는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칠흑같이 어두운 방을 바라보며 송연준이 처음 집으로 데려왔을 때, 손수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공주님 방을 꾸며주었던 일을 떠올렸다. 밤에 악몽을 꾸면 그는 많은 심리 치료사를 불러 정성껏 위로하고 다독여주었고 매일 밤 잠들기 전, 자상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편하게 재워주었다. 그는 항상 송서아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고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를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여동생이라고 소개하며 그녀의 소원이라면 다 들어주었다. 하지만 눈을 감고 꿈에 나타난 건 혹독한 감옥 생활이었다. 돌멩이가 섞인 밥, 모질게 발로 차고 때리는 죄수들, 고의로 모욕하는 교도관들... 송서아는 울부짖으며 깨어났고 손을 뻗어 만져보니 얼굴이 온통 눈물로 젖어 있었다. 밤새도록 뜬눈으로 지새운 송서아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신분증을 챙겨 출입국에 가서 이민 영주권 신청 절차를 밟았다. 절차가 진행 중이니 그녀는 곧 진정한 가족 곁으로 돌아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왔는데 송이나가 정면으로 그녀를 거세게 들이받았다.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봉투가 바닥에 떨어져 하마터면 흩어질 뻔했다. 그녀는 자신이 떠난다는 사실을 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서둘러 주워들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이때 송이나가 덥석 막아서며 자랑스럽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언니, 감옥 생활 4년이나 하더니 시궁창 쥐새끼처럼 늘 숨어만 다니네? 본인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아나 봐? 내가 이번에 받은 신인상 트로피 예쁘지? 언니가 남겨준 작품들 덕분에 상도 많이 받고 순조롭게 음악계에 진출할 수 있었어.” 송서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송이나가 고의로 자신을 긁는 걸 알고 있기에 무시하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막 돌아서려는 순간, 갑자기 큰 힘에 밀려서 중심을 잃고 쿵 소리를 내며 옆에 있던 화병 장식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유리 파편이 튀어 오르며 그녀의 몸에 수많은 상처를 냈다. 손바닥은 꿰뚫려 온통 피투성이였고 그 모습은 실로 끔찍할 따름이었다. 차오르는 고통에 신음하자 위층에서 급하게 뛰어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송이나가 안색이 돌변하더니 재빨리 함께 바닥에 쓰러져 눈시울을 붉히며 울기 시작했다. “언니, 왜 일부러 날 밀치고 그래?” 바닥에 쓰러져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녀를 보자 임은우와 송연준의 얼굴은 험악하게 굳어지며 분노에 찬 눈으로 송서아를 노려봤다. 두 남자의 무언의 질책이 이어졌고 송서아는 마침내 고통을 참으며 해명했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은 나야. 과연 누가 누구를 밀쳤는지 진짜 모르겠어?” “다 내 잘못이야. 언니한테 상 받았다고 자랑해서 자극하는 게 아닌데... 언니가 순간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일부러 나한테 누명 씌운 거니까 다들 너무 몰아붙이진 마.” 사실과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송이나가 입만 열었다 하면 두 남자는 서슴없이 그녀를 믿어주고 송서아를 호되게 꾸짖었다. “이나가 지금 가진 모든 것은 자기 힘으로 얻은 건데 그게 그렇게 못마땅해해서 질투하는 거니?” “감옥에 가서 진심으로 뉘우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어! 진짜 실망이다, 송서아!” 말을 마친 두 남자는 송이나를 안아 올리고 구급상자를 꺼내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려 했다. 걱정 가득한 두 남자의 몰골을 바라보며 송서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마디 했다. “내가 죽어야 믿어줄 거니? 단 한 번도 이나 해친 적 없어, 단 한 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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