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곧 통증이 온몸으로 번졌고 최가인은 유지훈의 손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틀었지만 오히려 더 꽉 붙잡혔다. 고통스러운 그녀는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고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
숨이 막힐 듯한 정적 속에서 침대 머리맡의 심전도 모니터가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그 순간 최가인은 뜻밖에도 환하게 웃었다.
“알고 싶어? 그럼 왜 직접 알아보지 않았어?”
그녀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유지훈의 얼굴을 천천히 더듬었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렇게 날 사랑한다면서 아이를 떠안는 건 싫어?”
“아이를 떠안으라고?”
그 말을 듣자 유지훈은 손에 힘을 더 세게 줬고 침대 난간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해 ‘끼익’ 하는 소리를 냈다.
“다시 한번 말해 봐.”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최가인의 미소는 점점 더 활짝 번졌고 조금 전까지의 애정 어린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짙은 악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녀는 붉은 네일을 칠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살짝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내 말을 못 믿겠어? 아니면 진실을 들을 엄두가 안 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달콤했지만 지금 유지훈에게는 그 속에 칼날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십 년 동안 내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녀 놓고 이제 와서 공짜로 아빠가 되는 건 싫어?”
그 순간 창밖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때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유지훈의 정장 주머니에 아직도 꽃이 꽂혀 있었고 그의 팔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가인아, 지훈아, 너희 괜찮아?”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지만 유지훈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최가인의 얼굴이 잠깐 굳어지는 걸 그는 똑똑히 보았다.
그 찰나 유지훈의 머릿속에서 지금껏 그냥 지나쳤던 수많은 의심스러운 장면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예전에 유지훈은 임도현과 사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그런데 임도현을 그에게 소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최가인이었고 이상하게도 최가인이 있는 자리에는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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