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돈이 그렇게 급해?

“안재우, 나는 한 번 크게 넘어졌어. 이제는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 내가 서효진한테 짓밟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 영영 나한테서 떨어져.” 강지연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제발, 여기서 끝내...” 강지연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안재우의 귓속으로 파고들어 목을 칼칼하게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 치솟던 화기도 목구멍에서 막혀 버렸다. 안재우는 멍하니 강지연을 바라봤다. 눈매, 입매, 밤마다 떠올리던 얼굴, 품에 안고 잠들던 모습, 그 모든 게 지금은 적을 보듯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지경을 만든 게 누구 탓인지 안재우는 알 수 없었다. 자기 무능이 미운 건지, 서효진의 독기가 원망스러운 건지, 아니면 강지연의 단호함이 얄미운 건지 몰랐다. 강지연이 비켜 서려 하자 안재우가 다시 팔을 뻗어 붙잡았고 이를 악문 목소리가 튀었다. “돈이 그렇게 급해? 왜 이런 일까지 하는 거야? DG 들어갔다면서 왜 스스로 바닥을 기어?” 강지연의 속이 싸늘해졌다. “날 뒷조사 한 거야?” 요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안재우는 몰래 사람을 써서 강지연의 행적을 캐고 있었다. 그 순간 안재우의 눈동자에 불씨가 일렁였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못 벌어다 줄 것 같아? 그런데 낯선 남자들 옆에 붙어서 술상 차리고 웃어주고 놀아 줘? 대답해. 같이 자는 건 했어, 안 했어?” 처음에 눌러 참던 목소리가 곧 폭발로 치달았다. 안재우는 미친 듯이 겉옷 안쪽까지 잡아 뜯으며 무언가를 확인하려 들었다. 강지연은 몸을 비틀어도 빠져나올 수 없었기에 소리쳤다. “꺼져. 한 번만 더 손대면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서효진한테 말할 거야.” 강지연은 곧바로 전화번호를 또박또박 외웠다. 서효진의 번호였다. 그 순간, 안재우의 손이 딱 굳었고 강지연은 또렷이 말했다. “내가 어떤 삶을 택하든 이제 너와는 상관없어. 나는 더 이상 네 여자가 아니야. 그땐 내가 어리석어서 네 말에 속았고 지금 너에 대한 감정은 미움뿐이야. 앞으로 조금도 너랑 엮이기 싫어.” “다른 남자와 잔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