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만신창이
엘리베이터 안은 정적만 흘렀다.
강지연은 지옥 같은 밤을 보낸 탓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보기엔 표정이 잔잔해 보여도 겉과 속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젠 더 이상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조차도 막막했다. 진우현과 아무런 정의도 내리지 못하는 이 관계도 강지연은 점점 버거워 났다.
만일 진우현이 오늘 이 참사를 막지 않았다면 강지연은 안 좋은 생각까지도 했다.
세상이 너무 자신에게 각박하게 대하는 것만 같아 원망스러웠다. 그러니 차라리 죽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죽으면 이 혼란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이 세상을 떠난다면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도, 이용하는 것도, 복수를 하는 것도 그만둘 수 있으니 말이다. 유유히 떠돌다 그냥 소리 없이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졌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강지연의 발목을 잡은 건 결국 진우현이었다.
긴 침묵 끝에 진우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저 녀석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강지연은 설움을 참아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사람을 시켜 절 스토킹한 것 같아요.”
“그동안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던 거야?”
표정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우현의 목소리엔 화가 가득했다.
“아뇨. 연락한 적 없어요. 연락처는 애초에 차단했어요. 저 사람 혼자 난리 치고 있는 거예요.”
“그럼 왜 나한테 그동안 얘기하지 않은 거야. 나한테 먼저 연락을 했었어야지!”
강지연은 묵묵부답이었다.
진우현은 그런 강지연을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다.
“전 우현 씨 약혼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요.”
진우현은 강지연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강지연은 그 반응에 왜인지 모르게 조금 통쾌했다.
“퇴근 시간 지났잖아. 안 가고 뭐 했어.”
“야근수당이라도 벌려고요.”
진우현은 강지연의 솔직한 대답에 한숨을 품 내쉬었다.
“그리고... 혹시나 우현 씨가 다시 회사로 올가 싶어서요.”
강지연은 머뭇거리다 결국 속마음을 토로했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진우현의 모습이 이 상황에 매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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