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다만 그는 아직 허선영과 다시 사귀겠다고 대답하진 않았다.
심영준은 처음엔 송찬미랑 적당히 놀다가 질리면 헤어지고 허선영한테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송찬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점점 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껏 누구도 그에게 직접 목도리나 스웨터를 짜준 적이 없었고 그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게 하려고 자신이 고생하며 알바를 세 개나 뛴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그가 아플 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약을 사다 준 사람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집안 배경을 보고 사귄 사람이 아닌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녀는 유일하게 그의 돈이 아닌, 진심으로 그에게 잘해준 여자였다.
심영준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송찬미와 계속 함께하고 싶었다.
오늘 그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참지 못하고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심영준의 엄마 주설옥이 전화를 받았다.
“영준아, 시험 끝났니?”
“네, 끝났어요.”
심영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
“엄마,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주설옥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혹시 선영이랑 다시 만나기로 한 거니?”
“아니에요.”
심영준이 말했다.
“저 학교에서 만나는 여자친구 있어요. 진심이에요. 설에 집에 데려가서 인사시키려고요.”
“지금 뭐라고 했어?”
“제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는데 집에 데려가서 인사드리고 싶다고요.”
주설옥은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
“어떤 앤데? 어디 애고? 집은 뭐 하는데?”
심영준은 왼손 주먹을 꽉 쥐었다.
“강릉 애고요. 그냥 평범한 집 딸이에요. 엄마랑 둘이 살고 어머님은 작은 가게 하세요.”
주설옥은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피를 토할 것 같은 심정을 억눌렀다.
“아들, 너 지금 엄마랑 장난해?”
“진심이에요. 걔는 저한테 정말 잘해주고 제 돈을 바라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저라는 사람을 좋아해 줘요. 저를 사랑하니까요.”
주설옥은 기가 막혀 헛웃음을 쳤다.
“걔가 돈 안 밝힌다고 하면 진짜인 줄 알아? 너 왜 이렇게 멍청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