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기도훈은 얼어붙은 채 웃음기가 얼굴에 굳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그는 이 며칠간의 사생결단 시간과 함께 보낸 시간이 그녀의 마음속에 아주 작은 온기라도 남겼을 것으로 생각했다.
“협력해줘서 고마웠어요. 다시는 보지 말아요.”
이 말을 남기고 예하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다시는... 보지 말자고?’
그녀가 단호하게 돌아선 뒷모습을 보며 기도훈은 그 자리에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그가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었던 아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는 그저 이제 헤어진 파트너일 뿐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멀리 가버렸고 그는 그 자리에 홀로 남겨져 혼란스러워했다.
기도훈은 피로와 실의에 젖은 채 저택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 정유리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앞쪽 차 탁자 위에는 휴대폰이 ‘와일드 킹덤’ 우승 영상을 재생하고 있었다.
“무슨 뜻이에요?”
정유리는 손가락으로 영상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옛날의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었다.
“아직도 그 여자를 못 잊은 거예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기도훈은 변명할 생각도 없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정유리는 끈질기게 매달리며 울고 보채다가 심지어 다시 한번 죽음으로 위협했다. 그녀는 과일 접시에서 과도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손목을 그어버렸다. 피가 순식간에 흘러나와 손목을 타고 떨어졌다.
“도대체 뭘 해야 멈출 거야?”
그녀의 손목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는 기도훈은 예전의 동정심은 사라지고 오직 끝없는 짜증만이 남았다.
“지금 당장 가서 시험관 아기 시술해요. 안 그러면 도훈 씨 앞에서 죽어버릴 거예요!”
정유리가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그녀는 이번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도훈은 그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세 글자를 내뱉었다.
“난, 안, 가!”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생각을 이렇게 명확하게 거슬렀다. 이상하게도 그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속에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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