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예하늘은 심플한 디자인의 원피스를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와 차분한 눈빛으로 기도훈을 바라보았다.
“기도훈 씨.”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순식간에 모든 소음을 압도했다.
“여기까지 해요.”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댓글조차 잠시 멈추었다.
“도훈 씨 사과는 받을게요. 도훈 씨 변화도 봤어요.”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두 눈에는 증오도 파동도 없었고, 오직 완전히 내려놓은 듯한 평온함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지울 수는 없어요. 우리 사이에는 너무나도 많은 되돌릴 수 없는 상처들이 가로막고 있어요. 어떤 상처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고, 어떤 길은 잘못 들면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어요. 도훈 씨를 미워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그녀는 심지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깨끗했지만 극도로 거리를 두는 듯했다.
“하지만 더는 도훈 씨를 사랑하지도 않아요. 도훈 씨의 세상은 매우 넓어요. 예전에는 머리를 쥐어짜며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제 제 세상도 아주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람이 있고, 자유가 있고, 제가 원하는 삶이 있어요. 이곳에는 더는 도훈 씨의 자리가 없어요.”
“그러니 돌아가요. 우리 사이는 이미 완전히 끝났어요. 도훈 씨도 우리의 이별을, 적어도 품위 있게 마무리해 주길 바라요.”
그녀의 말은 마치 차가운 폭풍설처럼 기도훈의 눈에서 막 타오르기 시작했던 희망의 불꽃을 완전히 꺼뜨렸다. 그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입술이 떨렸지만 어떤 음절도 내뱉을 수 없었다.
이 순간 그는 알았다. 아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라는 걸.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앙상하게 마른 형체가 사람들 속에서 뛰쳐나왔다. 그는 한눈에 그것이 정유리임을 알아보았다.
‘어떻게 아직 살아있지?’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정유리는 칼날이 번뜩이는 단검을 쥐고 예하늘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
“이 더러운 년,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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