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조여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송주아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 하태원이 걸음이 멈추었고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태원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움켜쥐더니 거의 강제로 몸을 돌려세웠다.
송주아는 놀라 고개를 들어 그의 뜨겁고 매서운 시선을 마주했다.
“방세린이 네 언니지, 그렇지?”
송주아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하태원의 눈빛에 숨이 막혔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섬뜩한 광채가 번뜩였고 만약 자신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순간 맹수처럼 달려들 것만 같았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무대와 가까웠기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사회자는 풍부한 감정과 감동적인 수사법으로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서로 차가운 시선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남자가 자신의 약혼녀에게 다른 여자에 대해 날카롭게 추궁하고 있었다.
송주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성공이 눈앞에 두고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오히려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물었다.
“태원 오빠, 왜 그래?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거야? 방… 그 여자가 어떻게 내 언니일 수 있어?”
혹여 조여진에게 들킬까 봐, 그녀는 의도적으로 ‘언니’라는 단어를 피했다.
하지만 하태원은 여전히 그녀의 눈을 깊이 꿰뚫듯 바라보고 있었다.
송주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레스 자락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쥔 채 그의 시선을 버텨냈다.
한참이 흐른 뒤, 하태원은 그녀에게서 아무런 단서를 얻지 못한 듯 시선을 거두었고 눈빛도 약간 누그러졌다.
송주아는 곧바로 틈을 파고들었다.
“만약 그 여자가 내 언니였다면 지금까지 숨길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그 사람이 우리 약혼식을 눈 뜨고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그 말에 하태원의 마음속을 채우고 있던 마지막 의심마저 흔들렸다.
‘그래, 만약 방세린이 정말 송씨 가문의 친딸이었다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유일한 장벽도 무너지는 셈이었다.
방세린은 분명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동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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