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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 진심을 보여줄게

입술이 맞닿아버린 순간 느껴진 따뜻한 촉감에 두 사람 모두 눈을 크게 뜨며 흠칫했다. 차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변해버렸고 강인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분위기에 휩쓸린 강인호는 신지은의 말랑한 입술을 지그시 바라보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갔다. 그리고 신지은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보며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꽉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지나치게 뜨거워서였을까, 입술이 거의 닿을 때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고 말았다. 그 행동에 멈칫한 강인호는 빠르게 얼굴을 굳히며 다가가는 것을 멈췄다. 역시 그녀는 단지 가족을 대하는 느낌으로 그를 좋아할 뿐이었다. ‘이제야 알겠네. 손목을 그은 것도, 갑자기 결혼을 허락하지 말라며 내 기분을 되돌려놓은 것도 다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계략이었던 거야. 내가 분노하지 않고 진심으로 결혼을 허락해 주길 바라서...’ 강인호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끌어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떨렸던 마음이 한순간에 팍 식어버렸다. 신지은은 강인호의 표정 변화를 보며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래서 뭐라 해명하려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쯧, 이 중요한 타이밍에 누구야.’ 미간을 찌푸린 채 빠르게 휴대폰을 꺼낸 신지은은 발신자가 민유한인 걸 확인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끊고 난 뒤에는 그를 아예 차단해 버리기까지 했다. 할 일을 다 마친 후, 신지은은 곧장 옆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잘생긴 얼굴이 지금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꼭 누구 한 명 찢어발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신지은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인호 오빠, 나...” “차 세워.” 강인호는 그녀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네, 대표님.” 기사가 갓길 쪽으로 차를 대는 것을 본 강인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금 입을 열었다. “회사로 가봐야 하니까 너 혼자... 읍!” 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지은이 있는 힘껏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입을 맞췄다. 강인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밀어냈다. “신지은, 너 진짜! 민유한 때문이라면 이럴 필요...” “민유한 때문 아니야!” 신지은이 부정했다. 강인호는 하려던 말을 삼킨 후 심문하듯 날카로운 눈길로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거짓인지 아닌지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신지은은 강인호에게 의심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민유한 때문에 온갖 수를 써서 강인호에게 상처를 줬었으니까. 신지은은 두 손으로 강인호의 목을 끌어안으며 진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이해해. 그간 내가 해온 게 있으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내 진심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려고.”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증명이라도 하듯 또다시 입을 맞췄다. 강인호는 신지은의 변화를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운 별장. 강인호는 일 때문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신지은은 그런 그를 방해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민유한이 준 선물로 도배된 방안을 보며 그녀는 헛구역질했다. 신지은은 그간 이런 같잖은 것들에 속아 민유한이 세상에서 자기를 제일 사랑한다고 착각해 왔다. 멍청하게도 눈이 먼 물고기가 되어 민유한의 낚싯바늘에 단단히 꽂혀버렸다. ‘싹 다 처리해 버려야겠어.’ 신지은은 그렇게 생각하며 캐리어 하나를 꺼내 든 후 민유한이 선물해 준 것들을 전부 다 쓸어 담기 시작했다. 그 시각, 서재. 강인호는 집사가 건넨 커피를 한잔 마시며 가볍게 물었다. “지금 뭐 하고 있죠?” 주어가 없는 말이었지만 집사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아가씨께서는 지금... 짐을 싸고 계십니다.” 강인호의 손이 멈칫했다.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어 보이는 얼굴과 달리 그의 마음속은 해일이 치고 있었다. ‘진심이 뭔지 보여주겠다더니, 결국에는 이거였어? 민유한과 도망치는 거?’ 강인호는 주먹을 꽉 쥔 채 화를 삼키려 했다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신지은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고리를 잡고 열려는 순간 안쪽에서 손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은아, 너 왜 유한이 전화를 안 받아!” “왜 전화했어?” 신지은의 차가운 목소리에 손아영은 잠깐 흠칫했지만 금방 다시 말을 이어갔다. “유한이가 너 결혼 허락 못 받은 거 알고 한 시간 전에 공항으로 출발했어. 그러니까 너도 얼른 공항으로 가!” 신지은은 손아영의 말을 들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신지은은 늘 손아영을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가족보다 더 각별한 사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손아영이 민유한을 소개해 줬을 때, 진심으로 자신의 행복을 빌어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족처럼 생각한 건 그녀뿐이었고 손아영은 처음부터 그녀의 재산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심지어 손아영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남자 친구인 민유한을 소개해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왜, 민유한이 나를 데리고 멀리 도망이라도 가겠대?” 신주은이 비릿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말을 마치자마자 머리 위로 그림자 하나가 졌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버벅댔다. “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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