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고생 좀 해야겠어

같은 시각, 도시 외곽의 허름한 월셋집 안. 민유한은 분노에 차 손아영을 추궁하고 있었다. “어젯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방 안에 네가 있었냐고?” “네가 신지은을 질투해서 그런 거지? 걔가 진짜 내 사람이 되면, 내가 너한테 걔만큼 잘해주지 않을까 봐 그런 거지?” 민유한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손아영은 신지은 때문에 질투에 사로잡혀 사적으로 그에게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손아영은 자신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남자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맞아, 평소에 내가 신지은 질투했지. 하지만 난 절대로 사리 분간 못 하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 계획이 곧 성공하려 하는데, 내가 이 타이밍에 망칠 리가 없잖아.” 그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애초에 이 계획은 손아영이 제안한 것이었고 그에게 신지은을 엮어준 것도 그녀였다. 다 된 마당에 발을 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민유한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초조한 듯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네가 아니면, 계획이 왜 이렇게 틀어진 건데?” 손아영은 대꾸하지 않고 굳은 얼굴로 어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문득 어젯밤 신지은에게 술을 건네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최이율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그리고 돌아온 직후 자신이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순간 불길한 추측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신지은이 그 술에 약을 탔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자기 잔이랑 내 잔을 바꿔치기한 거야.’ ‘하지만 신지은이 어떻게 알았지?’ ‘잠시만!’ 손아영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더 떠올렸다. 예전에 신지은을 속여 민유한과 결혼시키려고, 동창회에서 두 사람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들키자고 신지은과 상의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강인호도 더는 두 사람의 일을 막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이 계획은 지난번 신지은이 해강 그룹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