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당장 이 집에서 꺼져
“오늘따라 집이 많이 북적거리네?”
신지은이 입꼬리를 올리며 손아영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내가 너한테 누굴 집에 데려와도 된다는 허락을 해준 적이 있던가?”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해졌다.
손아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서둘러 신지은의 손을 잡았다.
“지은아, 네가 북적거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애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만 좀 참아봐.”
손아영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신지은을 잡은 손에 힘을 살짝 가했다.
신지은은 이에 차갑게 웃더니 그녀의 손을 홱 하고 뿌리쳤다.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지는 못할망정 뭐? 오늘만 좀 참아보라고?”
신지은의 얄짤없는 말에 손아영은 심장이 다 쿵쿵 뛰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지금까지는 다 나한테 맞춰줬으면서!’
“야, 신지은! 너 미쳤어? 어디서 주인 행세야?”
그때 친구 중 한 명이 나서며 삿대질했다.
“아영이는 너 창피할까 봐 네가 헛소리해도 눈감아주라고 했는데 너는 아영이가 버젓이 있는 앞에서 이 집이 네 것처럼 굴어?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러니까! 아영이가 선물한 옷을 입고 이 집에 며칠 드나들었다고 아영이가 가진 모든 게 다 네 거 같아?”
“아영아, 빨리 쟤 내쫓아버려!”
신지은은 친구들의 날 선 말에 어디 한번 대답해 보라는 듯한 눈빛으로 손아영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점점 창백해져 가던 손아영은 신지은의 손을 덥석 잡더니 곧장 구석 쪽으로 끌어당겼다.
“지은아, 강인호 때문에 화가 많이 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 화풀이를 나한테 하면 안 되지. 네가 이러면 내가 뭐가 돼. 유한이 곧 도착할 테니까 일단 위층으로 가 올라가 있어.”
그런데 그때, 손아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타이밍 좋게 민유한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손아영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듯한 얼굴로 얼른 민유한을 불렀다.
“유한아, 얼른 이쪽으로 와서 네 여자 친구 좀 달래봐!”
그녀의 구조신호를 빠르게 알아챈 민유한은 1초 만에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신지은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기야, 왜 그래? 누가 우리 자기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어? 나한테 말해봐. 내가 싹 다 혼내줄게!”
신지은은 그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는 이내 검지를 들어 손아영을 가리켰다.
“내 심기를 건드린 게 손아영이라고 해도 정말 혼내줄 거야?”
손아영과 민유한의 얼굴이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신지은은 아무 말도 못 하는 두 사람을 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왜, 손아영은 혼내주지 못하겠어?”
민유한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저도 모르게 손아영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하지만 손아영도 크게 다를 건 없는 얼굴이었다.
“역시 소문이 진짜였나 보네...”
신지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누가 나한테 그랬거든. 너희 둘은 사실 친구가 아니라 연인이라고, 또 둘이 짜고 내 재산을 노리고 있다고. 나한테 접근한 것도 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민유한은 마치 진심으로 분노한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주 잠깐 흔들리던 그 찰나의 눈빛은 감추지 못했다.
“나랑 아영이는 그냥 친구야. 대체 어떤 미친놈이 너한테 그딴 소리를 지껄인 거야? 혹시 강인호 그 인간이야?”
민유한은 강인호가 뭔가를 알아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신지은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지은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왜 그런 헛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
신지은은 강인호를 욕하는 그의 말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정말 날 사랑해?”
“당연하지!”
민유한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그럼 지금 당장 손아영을 이 집에서 내쫓아 줘.”
신지은이 다시금 손아영을 가리켰다.
“내 허락도 없이 내 집에 친구들을 데려왔어.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뻔뻔하고 허영심 많은 애로 몰아갔어. 나는 내 집을 자기 집인 것처럼 떠들고 다니는 친구는 필요 없어!”
손아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렸다.
민유한은 만약 이 상황에서 자신이 손아영의 편을 들어버리면 그때는 정말 그 ‘소문’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에 조금의 지체도 없이 손아영을 향해 호통쳤다.
“지은이가 좋은 마음으로 이 집에 살게 해줬더니 감히 집주인 행세를 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지은이 심기 더 건드리지 말고 지금 당장 이 집에서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