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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네 남자 친구니까

민유한의 말에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입을 떡 벌렸다. “아영아, 여기 너희 집 아니었어?” “미친, 나 지금 소름 돋았어. 손아영 쟤 어쩜 저렇게 뻔뻔하냐?” “누가 아니래. 그리고 아까 집주인한테 딱 걸렸는데도 뻔뻔하게 계속 자기가 집주인인 척했잖아. 쟤 무슨 리플리증후군 이런 거 아니야?” 친구들의 눈동자에 어려있던 부러움이 한순간에 경멸로 변했다. 손아영은 할 수만 있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뭐해, 빨리 안 나가고? 당장 안 가면 경찰 부를 거야!” 민유한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손아영은 민유한이 연기하고 있다는 걸 다 알면서도 속상하고 또 언짢았다. 그래서 얼른 발걸음을 돌려 이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신지은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 “잠깐 기다려.” 신지은은 그렇게 말한 후 곧장 2층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내려와 손아영의 발 옆에 던져버렸다. “네 짐은 들고 나가야지.” 아무렇게나 던진 바람에 옷들이 전부 다 바깥으로 튀어 나와버렸다. 손아영은 강렬한 모멸감에 손이 다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옷을 다시 집어넣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별장 문을 나섰다. 신지은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자기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손아영을 내쫓아버렸어. 이제 내가 하는 말 완전히 믿어주는 거지?” 민유한은 그렇게 말하며 신지은의 얼굴 쪽으로 입술을 들이밀었다. 신지은은 역겨움을 꾹 참은 채 고개를 살짝 돌리며 그의 접근을 막았다. “애들이 다 보잖아.” 민유한은 그녀가 쑥스러워한다고 생각해 더 강요하지는 않고 그저 나지막이 속삭이기만 했다. “그럼 애들 다 보내고 나면 그때 제대로 표현해 줄게.” 신지은은 민유한의 가슴팍을 가볍게 밀어버리며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의도치 않게 우스운 꼴을 보여버렸네?” “무슨 말이야. 이렇게라도 밝혀졌으니 좋은 일이지.” “그래, 맞아. 그리고 우리는 그냥 아영이가 너무 확신하면서 말하길래 믿어버린 것뿐이니까 혹시라도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마. 알겠지?” 말을 꺼낸 두 친구는 아까 제일 먼저 나서서 신지은을 욕했던 바로 그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손아영의 시녀를 자처했던 애들도 신지은이 회귀하기 전에 손아영을 도와 신지은을 괴롭히는 데 많이 일조했었다. 그래서 신지은은 그들에게도 복수할 생각이었다. “날씨도 더운데 다들 뒷마당에 있는 풀장에서 놀지 않을래? 도우미한테 음료랑 간식거리들을 챙겨달라고 할게.” 신지은이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는 수영복 없는데?” “내가 있는데 무슨 그런 걱정을 해.” 신지은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뭐라고 하자 10분도 안 돼 수영복이 도착했다. “대박! 이거 드림 브랜드 거잖아? 2백만 원이 훌쩍 넘는 수영복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수영복 브랜드를 알아본 친구들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지은아, 이거 진짜 우리 선물이야?” “응, 원하는 디자인으로 마음껏 골라.” 친구들은 신지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빠르게 달려들어 수영복을 집어 들었다. “지은아, 덥지? 자, 한잔해.” 그때 물컵을 든 민유한이 신지은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에 신지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유한이 너는 어쩜 그렇게 내 마음을 잘 알아? 마침 딱 물이 마시고 싶었거든.”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나는 너밖에 모르는 네 남자 친구니까.” 민유한은 그렇게 말하며 윙크를 건넸다. 신지은은 미소를 지은 채 물컵을 건네 들고는 입 쪽으로 가져갔다. 시선을 슬쩍 옆으로 돌리자 민유한이 잔뜩 긴장한 채 물컵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지은은 피식 웃더니 갑자기 물컵을 멀리하며 배를 움켜쥐었다. “유한아, 나 배가 조금 아파서 그런데 약 좀 가져다줄래? 2층에 있어.” “어? 어, 알았어.” 민유한은 별다른 의심 없이 얼른 위층으로 향했다. 신지은은 민유한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약이든 물을 수영장 풀에 버리고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생수를 다시 컵에 따랐다. “지은아, 여기 약.” 다시 돌아온 민유한이 약을 건넸다. 에너지를 다 빼앗긴 것처럼 의자에 누워있던 신지은은 한 손으로 이마를 매만지며 통증을 호소했다. “유한아, 나 어지러워. 머리도 조금 아픈 것 같고.” 그렇게 말하며 슬쩍 옆쪽을 바라보니 민유한이 비릿하게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민유한은 계획대로 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다시 걱정하며 말했다. “그럼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쉴래?” “아니, 너 수영하는 모습 볼래...” 신지은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민유한을 바라보았다. 민유한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그럼 내가 따라준 물 마시면서 가만히 누워있어. 힘들면 나한테 얘기하고.” “응.” 신지은은 고개를 끄덕인 후 민유한이 풀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지은아!” 민유한은 젖은 몸을 마음껏 보이며 신지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쯧, 저런 것도 몸이라고. 눈만 버렸네.’ 신지은은 속으로 혀를 차다 문득 강인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얼굴을 떠올려보니 그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고 그렇게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부재중이 뭐가 이렇게 많아?’ 신지은은 한가득 찍힌 부재중에 입을 떡하고 벌렸다. 발신자는 모두 강인호였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얼른 전화를 걸어보자 첫 번째 신호음이 다 가기도 전에 분노가 가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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