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좋은 구경
강인호는 민유한이 최음제를 구매했다는 사실만 떠올리면 피가 다 거꾸로 솟았다. 다시는 내일의 해를 보지 못하게 민유한의 목숨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신지은은 화가 잔뜩 배어있는 그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데 묻자마자 풀장에서 야릇한 신음이 들려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강인호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큰 소리로 외쳤다.
“신지은!”
신지은은 약에 취한 채 서서히 뒤엉키기 시작한 남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오빠, 일단 끊어. 다 찍고 나면 오빠한테도 보여줄게. 좋은 구경이 될 거야.”
말을 마친 후 신지은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녹화 중에 방해가 될까 봐 아예 강인호의 전화번호를 차단해 버렸다.
풀장은 어느새 성인물 촬영 현장으로 변모해 있었다. 약 때문에 몸이 한껏 달아오르는 그들은 서로 끌어안고 또 입을 맞추며 쾌락에 완전히 몸을 맡겨버렸다.
신지은은 경호원의 휴대폰을 건네받은 후 곧장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와주세요! 애들이 갑자기 미친 것처럼 음란 행위를 펼치고 있어요. 얼른 와주세요!”
그런데 말을 마치자마자 풀장에 있던 민유한이 갑자기 주변 여자들을 뿌리치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민유한은 곧장 신지은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지은아, 나 너랑 키스하고 싶어...”
“이거 놔!”
신지은은 고개를 숙여오는 민유한을 보며 있는 힘껏 고개를 돌린 채 저항했다. 하지만 좀처럼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거 좀...!”
바로 그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민유한이 멀리 나가떨어졌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신지은은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안도하며 눈을 반짝였다.
타이밍에 딱 맞춰 등장한 강인호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게 느껴졌다.
신지은은 강인호가 민유한을 때리는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다 민유한의 몸이 힘 없이 축 늘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빠, 이제 됐어. 그만해.”
신지은은 그렇게 말하며 강인호의 팔뚝을 잡았다. 하지만 강인호는 눈에 뵈는 게 없는지 말리는 그녀의 손을 홱 뿌리친 후 다시금 주먹을 내리꽂았다.
‘안 돼... 이러다가 무슨 일 나겠어!’
신지은은 민유한 때문에 강인호가 옥살이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금 그의 팔뚝에 매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강인호, 그만해! 제발 그만!”
강인호는 간절한 그녀의 외침에 그제야 천천히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신지은의 다급한 표정을 본 순간 금세 다시 표정을 굳혔다.
‘이딴 새끼를 아직도 감싸고 돌아?’
신지은은 순간 겁이 확 났다. 회귀 전에 민유한의 거짓말에 넘어가 그녀를 구하러 왔을 때도 강인호는 지금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처럼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인호는 고개를 숙인 채 미세하게 떨고 있는 신지은을 뒤로 물리고 민유한의 멱살을 잡았다.
“한 번만 더 신지은 곁에서 알짱거리면 그때는 가만 안 둘 테니까 알아서 해.”
경고를 마친 후 그는 신지은의 손목을 덥석 잡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보폭이 워낙 컸던 탓에 신지은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다.
“오빠, 조금만 천천히 가...”
강인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도를 조금 늦췄다.
신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고개를 돌려 뒤를 힐끔 바라보았다. 민유한은 죽어버리기라도 한 듯 바닥에 널브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왜, 마음이라도 아파?”
강인호가 이를 꽉 깨문 채 물었다.
신지은은 그 말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짙게 가라앉는 그의 눈동자와 눈이 딱 마주친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얼른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보다 오빠, 손은 안 아파?”
신지은이 상처를 확인하려는 듯 손을 잡으려고 하자 강인호는 빠르게 팔을 거두어들였다.
이에 조금 머쓱해진 신지은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났어? 미안해.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이만 화 풀어. 응?”
강인호는 그녀의 애교 섞인 말을 듣고도 좀처럼 얼굴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네가 말한 좋은 구경이라는 게 이거야? 만약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넌 민유한한테 꼼짝없이 당했을 거야. 혹시 그러길 원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