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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포기할 때까지

민유한은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수상한 목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저랑 무슨 거래를 하고 싶은데요? ” “10일의 시간을 주겠습니다. 10일 내로 당신이 해강 그룹의 ET 프로젝트 핵심 자료를 손에 넣으면 거래는 성사된 겁니다.” ET 프로젝트는 중동에서 시작된 신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였다. 지금 여러 강대국이 이 프로젝트의 개발권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해강 그룹은 현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만약 강인호가 이 프로젝트를 따낸다면 그의 그룹 내 입지는 더 견고해질 것이 분명했고, 업계에서의 지위도 한층 높아질 터였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저 수상한 인물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민유한은 이 모든 걸 알지는 못했지만, 상대가 제시한 거래 조건만으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비웃음이었다. “이보세요, 저랑 거래하고 싶다더니 성의가 영 없네요.” “ 해강 그룹의 ET 프로젝트의 핵심 자료를 훔쳐 오라고요? ET 프로젝트가 뭔지는 아세요? ET 프로젝트는 올해 각국이 다투는 중요한 사업이에요. 그 중요한 기밀을 저같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통화를 끊으려는 순간, 상대의 태연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민유한 씨, 정말 더 생각 안 해 보시겠어요? 다른 사람은 못 해도, 당신이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휴대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낮고 매혹적이었다. “게다가 신지은이 왜 지금 전에 그렇게도 미워했던 강인호 곁에 붙어 다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왜요?” 무의식적으로, 민유한은 되물었다. 상대는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강인호 옆에서 경영을 배우고, 나중에 온정 그룹으로 돌아가 모든 권한을 되찾으려 하기 때문이죠. 그중에는 당신이 지금 관리하는 회사도 포함돼 있어요.” 민유한은 그의 말에 멍해졌다. ‘신지은이 회사 권한을 되찾으려 한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가 사실인지 물어보려고 할 때 휴대전화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생각해 보세요. 결심이 섰다면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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