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백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왔으면서 왜 8시도 안 돼서 가버린 거죠?”
성지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집사님, 하도하 씨가 왜 이러는 건지 아세요? 제가 지각한 것도 아니잖아요.”
백 집사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건 성지원 씨가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여기 오기 전에 어디 다녀오셨나요?”
그 말에 성지원은 바로 깨닫게 되었다. 하도하는 그녀가 문정우를 찾아간 것을 알고 있었고 이것은 벌이었다. 순간 두려움이 밀려온 성지원은 자신이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하도하가 돌연 마음을 바꾼다면 그때는 정말 울고 싶어도 울 곳조차 없게 되는 셈이다. 지금처럼 뜨거운 햇빛 아래 벌세워두는 정도가 어쩌면 가장 가벼운 처벌일지도 모른다.
성지원은 백 집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백 집사님.”
백 집사는 성지원이 상황 파악을 한 것을 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도 성지원이 눈치 있게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고생할 테니까.
구청의 퇴근 시간은 오후 5시였다. 하도하는 오후 4시 39분이 되어서야 나타났다.
뜨거운 햇빛 아래 온 하루 서 있었던 성지원은 이미 화상을 입은 것인지 아프고 가려웠다. 입술마저도 바싹 말라 껍질이 벗겨졌고 몇 번이고 쓰러질 뻔했다.
하도하는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차에서 내려 걸어왔다. 그의 존재감은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숨 막힐 정도였다.
두 사람은 빠르게 혼인 신고서류를 작성했다. 이제 남은 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일이었고 카메라 앞에서 둘은 딱딱하게 앉아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붙어봐요. 조금만 더. 조금...”
사진사가 계속 움직이라고 지시하였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하도하를 보며 성지원은 슬쩍슬쩍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갈수록 하도하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성지원은 그제야 멈추고는 햇빛에 화상을 입은 팔을 긁으며 남몰래 아픈 소리를 낼 뿐이다.
팔은 긁지 않으면 미칠 듯이 가려웠고 긁으면 피부가 찢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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