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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알아봤어? 누가 한 짓인지?” 문정우의 얼굴에는 싸늘함만 가득했다. 살기도 느껴지고 있어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올해 24살인 문정우는 6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대표라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자신의 것이었던 것들을 전부 빼앗아 해성시에서 제일 젊은 대표가 되었다. 그는 백설희의 하얀 피부에 가득한 상처와 흉터를 보며 불쌍하기도 하면서 화가 났다. 대체 누가 백설희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찾아내 죽여버리고 싶었다. 부하 직원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백 비서님이 알아보고 계시니 곧 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성지원이 이곳에 있었다면 모든 상황이 그녀가 꾼 악몽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백하민이 알아보고 있다는 말에 문정우는 더 묻지 않았다. 그는 행여나 백설희의 상처를 건드리게 될까 봐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주었다. 시선이 절로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뺨으로 향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면서도 그녀가 살아있음에 다행으로 여겼다. 문성진은 분명 그에게 그녀가 죽었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살아있을 뿐 아니라 그의 눈앞에 누워있었다... “설희야.” 문정우는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백설희를 불렀다. 이 목소리는 성지원조차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그는 부모님과 다리 한쪽을 잃게 되었다. 절망에 빠진 그를 보살펴 준 사람은 바로 백설희였다. 죽으려고 했을 때도 백설희가 나타나 살려주었고 어둠뿐이던 그에게 빛을 밝혀준 촛불 같은 존재였고 다시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백설희는 그의 삼촌인 문성진에게 잡혀 어딘가에 갇히게 되었다. 문성진은 백설희를 인질로 삼아 그와 백하민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문정우는 더는 백설희를 만날 수 없었다. 그간 문성진이 가끔 백설희의 사진을 보내주긴 했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가 있는 곳이 어딘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성지원의 생일 파티에서 약혼자로 선택된 후 그는 성씨 가문의 힘을 빌려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문성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문성진이 하는 일을 전부 방해했다. 더는 물러설 곳 없고 분노만 남았던 문성진은 백설희의 가슴에 칼을 꽂은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내면서 백설희는 이미 죽었다고 말해주었다. 사진을 본 문정우와 백하민은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문성진을 사지로 내몰았다. 문성진은 감방에 들어갈 때조차도 직접 인정했다. 백설희를 죽인 것이 자신이라고. 문정우는 결국 백설희를 포기하게 되었고 성준혁의 결혼 재촉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백설희에게 못 해준 것이 많았던 그는 성지원에게라도 잘해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문정우는 성지원을 뒷전으로 미뤄둔 지 오래였다. 그저 눈앞에 있는 백설희만 가여워하면서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설희야, 이제 더는 네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어.” 이건 남자로서 맹세하는 것이었다. 백설희는 그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였고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대신에 할 수 없었다. 설령 그의 곁에 6년을 함께한 성지원이라도 말이다. 백설희는 죽은 것처럼 자고 있었다. 너무도 조용해 꼭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 같았다. 서재에 서 있는 남자는 문정우를 보며 몇 번이고 망설였다. 오늘은 문정우와 성지원이 결혼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문정우는 완전히 잊은 사람처럼 옷도 갈아입지 않았다. 전전긍긍하던 부하 직원은 용기를 내어 그에게 말했다. “도련님, 시간이 없습니다. 얼른 옷을 갈아입으시고 신부에게 가야 합니다.” 문정우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침대에 걸터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부하 직원은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더는 그에게 결혼식에 관해 입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참 후 문정우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 갈아입으러 가지.” 한 시간 후, 리무진이 성씨 가문 별장 앞에 나타났다. 그 뒤로 여러 대의 차량이 줄줄이 멈춰 섰다. 신부 측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은 이미 다 모인 상태였고 성씨 가문에서 웃으며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너무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어머, 차가 왔네. 얼른 결혼식장으로 가야겠어.” 성지원의 친구들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밖으로 나왔다. 예쁘게 단장한 성지원도 잔뜩 기대한 얼굴로 테라스로 나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을 보았다. 김희영은 바로 엄숙하게 그녀를 불렀다. “성지원, 얼른 들어와 앉아. 힘들게 단장한 건데 망가지면 안 되잖아.” “한 번만 볼게요.” 성지원은 검지를 들며 애교를 부렸지만 김희영은 넘어가지 않았다. “안 돼.” 엄숙한 김희영의 표정에 성지원은 결국 테라스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참.” 김희영은 그런 딸의 어깨를 찰싹 아프지 않게 때렸다. “얼른 가만히 앉아 있어. 나랑 네 아빠가 나가서 볼 테니까.” 말을 마친 김희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인지 이번에 성지원의 친구들을 보며 말했다. “이따가 문정우가 와도 지원이 잘 보고 있어요. 지원이 성격대로라면 분명 웨딩드레스 입은 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뛰어나갈 게 분명하니까. 그리고 아직은 두 사람이 만나는 길시가 안 됐으니까 문 열어주지 말아요. 알겠죠?” 김희영은 최선을 다해 성지원의 결혼을 준비해 주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행복하게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길시까지 알아보고 왔다. 문정우만 보면 헤실헤실 웃는 성지원이었으니 그녀의 마음도 모르게 달려나갈 게 분명했다. 성지원은 부드럽게 웃으며 김희영에게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꼭 얌전히 있을게요.” 문정우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더는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문정우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6년을 기다렸으니 반 시간쯤 더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문정우는 그녀와 결혼하게 될 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꽃가루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가 났다. 성지원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문정우, 드디어 너랑 결혼하게 되었네.” 그녀는 이날을 오래전부터 하염없이 기다렸다. 성씨 가문 대문 밖에서 문정우는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려 들어왔다. 하얀 턱시도를 입은 그는 이목구비가 또렷했고 키와 몸매까지 전부 완벽해 웨딩 잡지를 찍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환호했다. 문정우가 성씨 가문으로 발을 들이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백하민이 연락한 것이었다. 아마도 그가 알아보라고 한 것을 알아본 듯했다. 문정우는 통화 수락 버튼을 눌렀다. “어떻게 됐어.” 곧이어 백하민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낮게 깔려 있었다. “설희를 그렇게 만든 배후를 찾았어.” “누군데.” 문정우는 앞을 보고 있었다. 마침 김희영과 성준혁이 미소를 지은 채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김희영과 성준혁은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자신의 사위를 보았다. 보면 볼수록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때 백하민이 문정우에게 말했다. “성준혁이야. 설희는 그동안 성준혁의 집안에 갇혀 있었어. 문성진도 성준혁이 시켜서 한 거야.” 백하민의 말에 문정우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곧이어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더는 평소와 같은 온화한 눈빛을 낼 수 없었다. 그는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해?” 백하민은 확고하게 대답했다. “어. 확실해.” 핸드폰을 든 문정우의 손이 툭 떨어졌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김희영과 성준혁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나도 미안해할 필요는 없겠네.' 원래는 직접 성지원을 만나 설명할 생각이었지만 모든 걸 알게 된 지금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분명 백설희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있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그의 앞에서 아무것도 모른 척 그와 결혼하려던 것이었다. ‘성지원, 그동안 내가 널 너무 순진하게 봤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성지원은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고 사진 속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때 하윤이 그녀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지원아, 이건 우리가 열심히 고른 결혼 선물이야. 아까는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계셔서 주지 못했어. 얼른 열어서 마음에 드는지 확인해 봐.” “뭔데? 뭐길래 이렇게 몰래 주는 거야?” 성지원은 기대 가득한 얼굴로 상자를 받았다. 그러자 그녀의 친구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녀가 상자를 열어보기만을 기다렸다. “이게... 뭐야?” 안에 든 것은 야한 잠옷이었다. 하윤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신혼 첫날밤을 위해 우리가 준비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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