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화

성지원은 검은 천 쪼가리를 보며 손끝으로 집어 들더니 궁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사람이 입을 수 있는 거 맞아?” ‘차라리 그냥 덮치는 게 낫지 않나?' 하윤은 그런 성지원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네가 알긴 뭘 알겠니. 남자들은 이런 보일 듯 말 듯한 잠옷에 환장한다고. 이걸 입으면 부부 사이도 좋아질 거야.” 남서연도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넌 그냥 이걸 입고 문정우 앞에 나타나면 되는 거야.” “정말?” 성지원은 얇은 천 쪼가리를 보며 의심스러운 듯 말했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야릇한 장면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오늘 밤 그녀는 문정우의 아내가 된다. 이때 아래층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무슨 일인지 보고 올게.” 하윤은 이내 테라스로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지원아, 문정우가 가버렸어.” 그 순간 성지원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아무리 화장을 두껍게 했어도 창백해진 그녀의 안색은 가릴 수 없었다. ‘설마... 그 악몽이 현실이 된 거야?' “결혼식 취소하겠습니다.” 문정우가 던진 이 한마디는 폭탄이 되어 성씨 가문에 터져버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멍한 표정을 지었고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신랑이 도망갔어!' ‘세상에, 신랑이 도망간다고?' 정신이 든 성준혁은 빠르게 대문 밖을 나가 출발하려는 차량 앞으로 가서 길을 막았다. “문정우, 자네 지금 이게 뭐 하는 겐가?” 웨딩카는 오픈형 슈퍼카였던지라 차 안의 광경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문정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성준혁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결혼 안 하겠다고요. 예전에 한 약속도 전부 없던 거로 하겠습니다.” “뭐라고?” 성준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문정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비꼬아 말했다. “백설희를 납치하셨을 때부터 들키면 제가 이럴 거라는 거 아셨잖아요. 아닌가요?” 성준혁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가 우려했던 일이 결국 일어나고 만 것이다. 3개월 전, 문정우가 문성진을 사지로 내몰았을 때 문성진은 백설희를 데리고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해성시를 몰래 떠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성준혁은 그때에야 백설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백설희의 미모는 딱히 아름답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성지원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백설희의 기품은 남달랐고 남자에게 보호 욕구가 샘솟게 하였다. 청순하고 가련한 분위기가 흘렀으니 말이다. 성준혁은 백설희를 본 후 백설희가 성지원과 문정우 사이를 갈라놓을까 봐 걱정되어 백설희를 숨겨버렸다. 그러고 난 후 문정우와 성지원에게 매일 같이 결혼을 재촉하였다. 원래는 결혼식이 끝나면 문정우에게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백설희가 사라져버렸고 그도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오늘만 무사히 지난다면 그는 문정우를 불러 자신이 아는 대로 전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문정우,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다 설명해줄게. 하지만 오늘은 자네와 우리 딸이 결혼하는 날이지 않나. 결혼 취소하겠다는 말만 하지 마. 지원이가 상처받을 거야.” “전 결혼 취소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문정우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성준혁을 보았다. “얼른 비키세요.” ‘3개월이야! 성준혁은 3개월 동안 백설희를 가둬두고 내 앞에서 태연한 척 연기했어. 난 설희가 정말로 죽은 줄 알고 성지원과 결혼하려고 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성준혁은 3개월 전부터 그에게 결혼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 말인즉슨 그때 성준혁이 백설희를 가둬두었다는 것이다. ‘하, 이 집안사람들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백설희 몸에 가득한 상처와 흉터만 떠올려도 문정우는 화가 났다. 만약 어젯밤 그의 부하가 백설희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면 백설희는 이미 그 건달들에게 망가졌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성준혁은 다급하면서도 화가 났다. “문정우, 진정하게. 지금 가족들과 친구들이 전부 모이지 않았나. 지원이도 자네만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이렇게 가겠다고? 정말로 웃음거리가 되어도 상관없어?” “웃음거리가 되든 말든 제 알 바가 아니죠. 애초에 일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아저씨니까요. 오늘부로 저와 성씨 가문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겁니다.” 마침 달려 나온 성지원이 그가 한 말을 듣고 말았다. 그래도 얼어붙은 그녀는 멍하니 슈퍼카에 앉은 남자를 보았다. 문정우도 그녀를 발견했다. 두 사람의 거리는 고작 몇 미터뿐이었던지라 창백해진 그녀의 안색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원래도 눈부신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더 빛났다. 화려하게 단장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돋보였고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그녀의 기품과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끌어올렸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다시 한번 그를 놀라게 했다. 그는 생각했다. 만약 성지원이 자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분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신부가 되었을 거라고.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빛나고 아름다워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 문정우는 그녀에게 다소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지만 백설희만 떠올리며 미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시선을 거둔 그는 차갑게 성준혁을 보며 시동을 걸었다. 차를 뒤로 조금 빼더니 이내 성준혁에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죠. 비키세요.” 성준혁은 성지원이 행복한 모습만 떠올리면 비킬 수가 없었다. 싸늘하기만 한 문정우를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자신의 딸이 상처를 받는 걸 원치 않았다. 특히 그 상대가 문정우라면 더더욱. 성지원이 문정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이를 빠득 갈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문정우, 떠나고 싶다면 차라리 날 밟고 가.” 슈퍼카에 있던 문정우의 눈빛이 순간 음험하게 빛났다. 그러더니 차가 성준혁을 향해 돌진했다. “안 돼...” 성지원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사람들도 차가 성준혁을 치고 가리라고 생각했지만 차는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아슬아슬하게 성준혁을 스쳐 지나갔다. 성준혁은 잠시 비틀대더니 곧바로 차를 쫓아갔다. “돌아와. 이 나쁜 놈아, 돌아오라고...” ‘저놈이 정말로 가버렸어. 우리 지원이를 버리고 가버렸다고.' 성지원은 성준혁에게 쫓아가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문정우가 매정하게 자신을 버려두고 갔다는 건 이미 그의 안중에 그녀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성지원은 무언가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고 점점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거리로 가던 차는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한 대의 차량이 나타났다. 그 순간 성준혁은 피할 겨를도 없이 차에 치여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빠... 안 돼...” “안 돼... 여보!” “어머, 사모님. 세상에! 피가! 얼른, 얼른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사모님이 피를 흘려요!” 지금 이 순간 성지원의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었다. 수술실 밖. 순백의 하얀 드레스는 붉은 피로 물들어 버렸다. 원래부터 피부가 하얗던 그녀는 붉은 피로 인해 유난히도 창백하게 보였다. 피로 물든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꼭 아름답게 핀 장미 같아 그녀를 더 가련해 보이게 했다. 조금 전 그녀의 아버지는 응급실로 실려 오게 되었고 출산을 앞둔 어머니도 수술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함께 병원으로 온 사람들은 전부 친척과 친구들이었고 저마다 화를 내고 있었다. 그들은 피에 물든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는 성지원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정우가 너무한 것 같았다. 성지원은 멍하니 피로 흥건히 젖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성준혁이 차에 치이던 모습이었다. 그녀는 성준혁이 사고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이다. 문정우도 분명 봤을 테지만 잠깐 멈추다가 이내 다시 떠나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우리 아빠가 사고를 당했는데 어떻게 그냥 버리고 갈 수 있는 거냐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가 좀 알려줘.' ‘대체 정우가 왜 갑자기 변한 거야. 오늘 분명 세상에서 누구보다 행복해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거지?' ‘결혼식 전까지 사이도 좋았잖아. 그간 다툰 적도 없었는데 대체 왜 마음이 변한 거야!' 성지원은 순간 악몽이 떠올랐다. ‘설마 백설희 때문인가? 백설희가 돌아왔나? 아빠와 문정우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수술실로 들어간 김희영은 출혈이 심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아이를 낳게 되었다. 성준혁은 한참 지나서야 수술실에서 나왔지만 머리 부상이 심해 혼수상태였다. 의사는 성준혁이 깨어나기만 하면 호전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그들을 달래주었지만 언제 깨어날 수 있는지는 확답을 주지 못했다. 상황이 정리된 후 성지원은 친구들을 돌려보냈고 집안일은 도우미들에게 맡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침착하게 모든 일을 정리했다. 도우미는 깨끗한 옷을 들고 와 성지원에게 건넸다. 옷을 갈아입은 성지원은 갓 태어난 작은 아이를 안았을 때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한참 지나서야 동생을 내려놓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저 잠시 나갔다가 돌아올게요. 동생은 아주머니가 봐주세요.” 이때 수면 마취가 풀린 김희영이 눈을 떴다. 성지원을 보는 눈빛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문정우를 만나러 가는 거니?” 성지원은 힘겹게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전 그냥 대답만 듣고 올 거예요.” 말을 마친 성지원은 병원을 나섰다. 병원을 나오자마자 키 큰 남자가 그녀를 향해 다가오며 불렀다. “지원아.” 그는 바로 문정우의 친구 강은호였다. 성지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안 갔어?” 강은호가 말했다. “네가 걱정되어서 갈 수가 없었어. 지금 문씨 가문으로 가려는 거지?” 성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데려다줄게.” 성지원은 거부하지 않고 그의 차에 올라탔다. 이내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문정우에게서 온 전화와 메시지가 없었다. 결국 굳어진 얼굴로 문정우의 번호를 꾹 눌렀다. 연결음이 들려왔지만 그는 그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왜 받지 않는 거지?' “은호 너는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알아?” 성지원은 고개를 들어 강은호를 보았다. 강은호는 그가 누굴 가리키는 것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담담한 그녀의 모습에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지원 씨가 직접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성지원은 자신을 본 강은호의 얼굴에서 분노가 아닌 불안을 읽어냈다. 그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창밖을 보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문씨 가문에 도착했다. 문정우는 마침 백하민과 백설희와 저녁을 먹고 있었다. 백설희는 점심 즈음에 눈을 떴고 여전히 어딘가 초췌해 보였다. 피부도 비정상적일 만큼 하얘 누가 봐도 아픈 사람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피부가 하얀 것도 있었다. “도련님, 성지원 씨가 오셨습니다.” 도우미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문정우는 들리지 않는 것인지 백설희의 접시에 음식을 집어주었다. 식탁에 차려진 건 전부 백설희가 즐겨 먹던 음식들이었다. 백설희는 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가련한 분위기가 흘러 보는 사람마저 보호하고 싶게 하는 욕구가 생기게 했다. 문정우는 그런 그녀를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보았다. “입맛에 맞으면 많이 먹어.” 한참 후 도우미가 다시 그에게 말했다. “도련님, 성지원 씨가 밖에서 기다리십니다.” 문정우는 성준혁이 했던 일을 떠올리며 차갑게 대답했다. “안 본다고 해요.” 말을 마치자마자 성지원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강은호는 쓰러진 경호원 두 명을 끌며 나타났다. 낯선 사람이 나타나자 백설희는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조금 전만 해도 웃음으로 가득한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꼭 무언가에 겁에 질린 사슴 같았다. 성지원은 그런 그녀를 멍하니 보았다. ‘백설희가 정말로 돌아왔어!' 문정우는 성지원을 힐끗 보다가 얼른 일어나 겁에 질린 백설희를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괜찮아. 전부 오빠 친구들이야.” “오빠 친구들이었구나.” 그의 말을 들은 백설희는 성지원을 향해 활짝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티 없이 맑고 깨끗했다. 그래서인지 성지원은 유난히도 눈에 거슬렸다. 문정우와 함께 한 지 6년이나 되었지만 자신에게 이렇듯 위기감을 주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백설희는 예쁘면서도 순진하였다. 꼭 남자들이 로망이라고 하는 청순한 여자, 아무것에도 물들지 않은 백장미 같았다. 더 가소로웠던 것은 백설희가 언제 돌아왔는지도 그녀는 몰랐다. 아무래도 그의 약혼녀로 너무 해이하게 지낸 듯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미처 막지 못했습니다.” 두 명의 경호원은 죄책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문정우는 강은호를 힐끗 보다가 시선을 돌려 성지원을 보았다. 몇 초간 침묵한 후에야 그녀에게 말했다. “따라와.”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러나 성지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백설희를 가리키며 물었다. “결혼 취소한 이유가 저 여자 때문이야?” 성지원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는지 문정우의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 “올라가서 얘기해.” “아니. 그냥 여기서 해.” 성지원은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 문정우는 그런 그녀를 빤히 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설희야, 우린 나가 있자.” 백하민은 백설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도우미와 경호원들도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렇게 거실에는 문정우와 성지원,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결혼 취소한 이유가 저 여자 때문이 맞냐고.” 그들이 나간 후 성지원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로 모르는 거야?” 문정우는 성지원을 빤히 보며 픽 비웃었다. “네 아빠가 백설희를 3개월 동안 네가 지내는 저택에 가뒀어. 설희 몸에 있는 상처와 흉터도 네 아빠가 한 거고. 그런데 네가 아무것도 모를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 아빠가 백설희를 가뒀다고?' 모든 게 그녀가 꾸었던 악몽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악몽과 다른 것은 문정우가 사람을 시켜 그녀를 망쳐놓지 않았다. “난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난 집에서 저 여자 본 적도 없다고.” 성지원은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왜 백설희를 가뒀는지,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말해 봐. 우리 아빠가 왜 저 여자를 가둬둔 건지.” 그녀는 멍청하지 않았다. 만약 문정우와 백설희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 그녀의 아버지가 백설희를 가둬둘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문정우는 예전에 직접 말한 적이 있었다. 백설희를 향한 그의 마음은 그저 오빠와 여동생 같은 마음이라고. 그런데 그는 백설희를 위해 6년 동안 함께 한 그녀를 버리고 말았다. 문정우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정말로 몰라?” 성지원은 헛웃음이 나왔다. 이내 다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정우야, 우리 그간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아직도 날 모르는 것 같네.” 그녀는 줄곧 그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이 그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건마는 오늘에야 전부 착각임을 깨닫게 되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