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성지원은 떠나지 않고 하도하의 분노를 마주한 채 이불을 꽉 쥐고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이제 진정한 부부니까 오늘부터는 여기서 잘게요.” 하도하는 창백한 얼굴에 부은 눈을 하고 울고불고할 줄 알았던 여자가 뱉은 말에 놀랐다 하도하와 관계를 맺은 후 용기가 생겼는지 성지원은 지금 방에서 같이 자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도하는 차갑게 웃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성지원을 보고 있었다. “벌써 실질적인 권한을 원하는 건가?” 성지원은 창백한 얼굴로 하도하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전 그냥 최소한의 존중을 원할 뿐이에요. 저는 도하 씨의 아내지 가정부가 아니에요.” 하도하의 잘생긴 얼굴에 조롱과 위험한 기운이 비쳤다. “아내? 그럼 아내로서의 의무를 잘 이행하고 그딴 값싼 눈물 따위 다시는 보이지 마.” 말을 마친 하도하는 성지원에게 더 이상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성지원이 다음 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정오였으며 하도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은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다! 하도하가 성지원에게 가져다준 건 끝없는 모욕뿐이었다. 한참 후에야 성지원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성지원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말할 수 없는 쓰라림이 밀려왔다. 그 느낌은 성지원을 한없이 작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사실 하도하를 찾아온 순간, 성지원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고 하씨 가문에 시집올 때부터 조만간 일어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성지원이 우는 건 본인이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녀를 전혀 아내로 대하지 않고 물건처럼 대하는 하도하의 모습에 굴욕을 느껴서였다. 욕실에서 나온 성지원은 그들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직시해야 했다. 이제 두 사람은 진정한 부부가 되었고 성지원은 하도하의 아이를 가질 가능성도 있었다. “사모님, 깨어나셨어요? 어르신과 도련님께서 아래층에서 함께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으세요. 얼른 저를 따라오세요. ” 막 문을 나서자 하정월이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성지원은 그 웃는 얼굴에 뭔가 숨은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