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성지원은 화판의 글자를 보고 나서야 하우주가 글을 쓸 줄 안다는 걸 알았다.
하우주는 겨우 4살로 말도 할 줄 몰랐기에 글을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성지원은 전에 간단한 글씨들을 가르쳤지만 하우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하우주는 한글이 아닌 영어를 쓸 줄 알았던 것이다.
지난 반년간 하우주가 글을 쓸 줄 안다는 걸 몰랐던 백 집사의 충격도 성지원 못지않았다.
사실 이건 하우주가 해성시에 온 후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펜을 들고 누군가와 교류한 것이다.
성지원은 하우주를 보고 웃으며 대답했다.
“나 안 가.”
하우주는 또 무언가를 적었다.
“Never go.”
Never go. 영원히 떠나지 말라니.
성지원은 그 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누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Dad.”
아빠라면 하도하다.
“아빠가 뭐라고 했는데?”
“Don't go. I'll be obedient.”
‘가지 말아요. 말 잘 들을게요.’
성지원은 하도하와 하우주의 대화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우주는 성지원이 하씨 가문에 남아 있는 유일한 용도였다. 만약 성지원이 맡은 바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심리 치료사보다도 효과가 못하다면 하도하는 성지원을 더 이상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아마도 오늘 아침에 하우주가 깨어난 후 하도하가 한 말일 것이다.
성지원은 하도하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지 어젯밤 하우주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겁주려고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성지원이 하우주를 달랠 수 없게 되면 그때는 하씨 가문을 떠나야 한다.
성지원은 하우주의 영원히 떠나지 말라는 말에 하씨 가문에 시집온 며칠의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이 더 차가워졌다.
성지원은 절대 하도하를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세뇌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지원은 다시 한번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하도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성지원이 아무 대답도 없자 하우주는 두렵고 다급해져서 급히 뭔가를 쓰고는 성지원의 소매를 당기며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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