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문정우는 말문이 막혀 오랫동안 강은호를 바라보면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강은호는 한참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날 말했지? 성지원을 버렸으면 앞으로 지원이의 모든 건 너랑 상관없다고. 성지원이 누굴 찾든 누구랑 결혼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지금 여기서 나한테 따지는 건데?” 문정우와 상관도 없고 문정우는 자격도 없다는 강은호의 말은 비수처럼 문정우의 가슴을 찔렀으며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문정우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 성지원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왜 성지원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걸 보고만 있었어?” 강은호는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난 등신이라서 아무 도움도 안 되니까.” 강은호의 말에서 문정우는 성지원한테 강은호도 손 쓸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정우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강은호는 증오에 찬 눈으로 문정우를 바라보며 성씨 가문이 겪은 모든 일을 말했다. 문정우는 그 말을 듣고 굳은 표정으로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지원이가 그 악마랑 결혼한 건 너 때문이야. 네가 파혼하지만 않았어도 성준혁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거고, 진형문도 그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하지 않았어. 지원이도 궁지에 몰려서 하도하를 찾지 않았을 거야. 이건 다 너 때문이야.” 강은호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소리를 지르며 문정우를 향해 주먹을 날려 그를 땅에 쓰러뜨렸다. 문정우는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전혀 반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처음에 성준혁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이원 그룹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아서 백하민에게 성준혁의 상황을 물었었다. 그때 백하민은 성준혁이 죽지 않았다고만 대답했다. 그 말에 문정우는 성준혁이 크게 다치지 않아 곧 제이원으로 다시 복귀할 거라고 생각했다. 문정우는 강은호가 항상 성지원 옆에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성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강은호는 강은성에게 도움을 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