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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성지원에게는 문정우가 아무리 절름발이어도 그가 최고였다. 문정우는 조금씩 움직이더니 고개를 돌려 강은호를 바라보았고 입가에는 피가 더 많이 흘렀다. “백설희는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나 때문에 많이 고생했어. 난 백설희를 사랑해. 성지원을 가까이한 건 이용하려고 그랬을 뿐이야.” 강은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왜 나한테 찾아와서 이러는 거야?” 피가 입가에서 턱으로 흘러내려 문정우의 하얀 셔츠 위로 뚝뚝 떨어졌다. 문정우는 매우 쓸쓸해 보였고 깊은 슬픔에 싸여 온몸을 떨었다. “그러네. 내가 왜 널 찾아왔지?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거지?” 문정우가 파혼하고부터 강은호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문정우의 초라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지만 고소해 할 수도, 속이 후련해할 수도 없었다. 강은호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문정우보다 더 초라했다. 문정우의 모습을 보며 강은호는 더 이상 주먹을 휘두르고 싶지 않아 옆에 있는 소파를 차며 분노를 표출했다. 쿵 소리와 함께 소파는 넘어졌으며 그 후에도 강은호는 계속 발로 소파를 찼다. 한참 후에야 진정된 강은호는 문정우를 보며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가. 다시는 오지 마.” 그들의 우정은 문정우가 성지원을 버리는 순간 이미 끝났으며 두 사람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문정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넋을 놓고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강은호는 한마디 더 했다. “다시는 지원이 찾아가지 말고 네가 선택한 여자한테나 잘해. 지원이는 너희가 각자 잘 살기를 바랄 거야.” “각자 잘 산다고?” 문정우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강은호의 오피스텔을 떠났다. 문정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은호는 초조하게 집 안에서 왔다 갔다 했지만 성지원의 휴대폰은 여전히 받는 사람이 없었다. 강은호는 남서연을 집으로 돌려보냈으며 남서연은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크게 자극이라도 받은 듯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은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강은호가 도착했을 때 강은성이 피투성이인 진유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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