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제가 인사불성이 됐다고요?” 성지원은 억울하게 자신을 가리키며 한참 후에야 제이원 라운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분명 누군가 약을 탔다고 생각했다. 성지원은 어두운 얼굴로 즉시 자기 몸을 검사하고는 몸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 그제야 약간 안도했다. ‘하도하가 구해준 건가?’ 백 집사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 이제 하씨 가문의 사모님이신데 하씨 가문 체면을 생각하셔서 다음부터는 이렇게 제멋대로 굴면 안 돼요.” 백 집사는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알지 못 했다. 단지 성지원의 몸에서 술 냄새가 나고 또 하도하에게 안겨서 들어오자 술에 취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네. 귀띔해 주셔서 고마워요. 이 늦은 시간에 폐를 끼쳐서 미안해요.” 성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표정으로 백 집사에게 말했다. 성지원의 태도에 백 집사는 불만이 조금 줄어들었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일찍 쉬라고 당부하고 떠났다. 백 집사가 떠난 후에도 성지원은 안심하지 못하고 욕실로 들어가 상의를 벗고 확인했지만 몸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성지원은 그제야 완전히 안심하고 시선을 얼굴로 돌렸다가 정말 한쪽 얼굴이 부은 것을 발견했다. 성지원은 피부가 연약해서 쉽게 붉고 부어오르지만 또 빠르게 가라앉았다. ‘누가 약을 탄 거지? 쓰러진 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성지원이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새벽 두 시였다. 하우주의 방으로 가 보니 꼬마 녀석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하우주의 방에서 나온 성지원은 하도하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걸 알고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안에서 아무 응답이 없어 성지원이 포기하려고 하는데 문이 열렸다. 하도하가 잠옷을 입고 성지원의 시야에 나타나자 상쾌한 향이 코를 찔렀다. 하도하도 막 샤워를 끝낸 게 분명했다. 하도하는 성지원을 차갑게 쏘아보고는 돌아서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도하 씨, 고마워요.” 성지원은 뒤따라 들어가며 진심으로 말했다. “방금은 오해해서 미안해요. 늦은 시간에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