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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성지원은 하도하의 뒤를 따라 지하실에 도착했다. 텅 빈 방에서 성지원은 민수현과 바닥에 있는 맞아서 시퍼렇게 멍이 든 두 남자를 보았다. 하도하는 팔짱을 끼고 성지원을 바라보며 나른하게 철문에 기댔다. “너한테 약을 탄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어 했잖아. 직접 봐.” 성지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하실로 내려가 한참을 쳐다보다가 그제야 그중 한 명이 주진우라는 걸 알아챘다. “당신이었어?” 주진우는 성지원과 아무 인연이 없었으며 그날 밤 한 번 만났기에 어젯밤 스쳐 지나가면서도 성지원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진우는 성지원을 보자 몸을 떨며 그녀를 향해 기어 왔다. “지원 씨, 용서해 주세요. 제가 지원 씨의 미모에 반해 실수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정말이에요.” 주진우는 얼굴에 피가 가득했고 입가의 피는 주진우가 말할 때마다 계속 땅으로 떨어졌으며 앞니도 몇 개 없었다. ‘미모에 반해서 약을 탔다라.’ 성지원은 이런 상황을 많이 들었다. 보통 이런 남자는 여자의 결백을 망친 후 영상을 녹화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은 화가 나면서도 감히 신고하지 못하고 스스로 운이 안 좋았다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성지원은 혐오감을 느끼며 뒤로 물러서면서 등골이 오싹했다. 별일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주진우의 손에 들어갔으면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 성지원은 민수현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 “내가 기절하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민수현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두 남자가 사모님을 데려가려고 했어요. 제가 주차장에서 발견하긴 했지만 문정우 씨가 먼저 사모님을 구하고 또 사모님을 자택으로 데려갔어요.” ‘문정우가 날 구하고 또 데려가기까지 했다고?’ 어쩐히 하도하가 화가 많이 나서 외출 금지까지 시키려고 하더라니. 문정우가 데려갔다고 생각하니 성지원은 모든 게 이해되었다. 의식을 잃어서 아무것도 몰라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도하의 처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어떻게 찾았어요?” 성지원은 하도하가 문정우와 충돌이 있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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