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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홍유빈 일행이 간 후 홀은 다시 한번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은 하도하의 신분에 관해 엄청나게 궁금해했다. 여하간에 홍유빈이 직접 마중 나온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외모도 출중하고 고귀한 기품이 흐르지 않는가. 하지만 강은호는 그런 하도하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하도하는 해성의 재계에서 냉철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수단도 잔인할 뿐 아니라 가족마저도 봐주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의 형인 강은성도 현재 하도하의 손에서 이런저런 고통을 받고 있었다. 성지원은 강은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연히 몰랐기에 강은호의 손을 잡은 채 얼른 하도하를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녀와 강은호를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고 감탄하며 말했다. “오늘은 참 운도 좋군요. 우리 해성시의 미남으로 손꼽히는 문정우도 보게 되고 윤재현의 여자인 홍유빈도 봤고 이번에는 예쁘기로 유명한 성지원과 난봉꾼 강은호도 보게 되었다니...” ‘문정우도 제이원 라운지에 있다고?' 문정우의 이름을 들은 강은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성지원을 보았다. 성지원은 그저 입을 연 그들을 흘끗 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꽉 움켜쥔 두 주먹이 그녀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정우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전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올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으니까. 성지원은 더는 문정우라는 이름을 듣고 싶지 않았다. 성인을 스무 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엘리베이터였지만 성지원과 강은호는 경호원들에 의해 끝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두 사람으로 향했다. 홍유빈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간 그들과 어떻게든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성지원은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꾸물꾸물 움직여 홍유빈 쪽으로 갔다. 홍유빈의 경호원이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고 얼른 막아서며 험상궂은 얼굴로 경고했다. 해성의 재벌 2세였던 성지원은 이런 장면을 파다하게 보았던지라 웃으며 경호원 뒤에 있는 홍유빈에게 말을 걸었다. “홍유빈 씨, 저 기억하세요?” 하도하의 어깨에 잔뜩 삐진 채 엎드려 있던 아이는 성지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성지원을 보았다. 아들의 기분 변화를 눈치챈 하도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홍유빈은 성지원을 몇 초간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차갑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성지원 씨는 재현 오빠 만나러 오셨나 봐요?” ‘어떻게 안 거지?' 성지원은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본 홍유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들어서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재현 오빠가 도와드릴 수는 없을 거예요.” 성지원은 미간을 구겼다. “왜죠?” 홍유빈은 기분이 좋은 듯 담담하게 계속 말해주었다. “이미 사흘 전에 진형문 씨가 재현 오빠 만나러 왔었거든요. 그래서 성씨 가문의 일은 재현 오빠가 나서주지 않을 거예요.” 진형문이 이미 윤재현을 만나고 갔다는 것은 윤재현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랬으니 윤재현이 그녀를 도와줄 리가 없었다. 남은 희망마저 눈앞에서 사라지자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성지원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만약 윤재현마저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녀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개뿐이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진형문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하지만 동생의 목숨으로 도박을 할 수 없었다. 성준혁도 혼수상태인데 동생마저 잘못된다면 충격을 받은 김희영이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신고는 절대 할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홍유빈은 성지원을 보았다. “성지원 씨, 재현 오빠는 한번 결정한 일을 번복하지 않아요. 성지원 씨 만나주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다른 사람 찾아봐요.” 성지원은 빠르게 홍유빈의 말에서 포인트를 눈치챘다. “고마워요, 홍유빈 씨. 나중에 꼭 보답할게요.” 홍유빈의 시선이 차가운 하도하에게로 슬쩍 향했다가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그러고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는걸요.” 말을 마친 후 하도하를 위해 길을 터주었다. 그들은 빠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성지원은 따라가려고 했지만 경호원이 막아섰다. “성지원 씨,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제자리에 멈춰선 성지원을 본 아이는 하도하의 옷을 꽉 잡았다. 하도하는 고개를 내려 아들을 보았다. 무언가를 원하는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도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갔다. 성지원이 점점 멀어지자 아이는 다시 한번 있는 힘껏 하도하의 옷을 잡았고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꼭 당장이라고 울면서 떼를 쓸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도하 부자와 홍유빈은 룸 안으로 사라졌고 한 무리의 경호원이 앞을 지키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한 성지원을 보며 강은호는 속상한 듯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만 가자.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성지원은 한참 지나서야 강은호의 말에 대답했다. “아니. 홍유빈 씨는 날 도와주려고 했어. 하지만 사람이 많으니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던 거야.” 조금 전 홍유빈은 하도하를 흘끗 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 말인즉슨 뭔가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지원은 고개를 들어 강은호를 보았다. “아이 아빠가 누군지 알아?” 그녀의 말에 강은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다만 하도하는 냉철하기로 유명했던지라 성지원이 하도하에게 엮여 위험해지게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어버렸다. 성지원은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해성의 재벌들을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고 얼굴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렇고 강은호도 모르는 사람이니 해성시의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리라 생각했다. 이때 룸의 문이 다시 열렸다. 홍유빈이 나오며 제자리에 우뚝 서 있는 성지원을 보았다. “은호야,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나 봐.” 창백했던 성지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눈을 반짝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다워 강은호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보았다. 성지원은 체면 따위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홍유빈의 앞으로 달려갔다. “홍유빈 씨.” 홍유빈은 입꼬리를 올려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네요. 안에서 성지원 씨 들어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요. 이따가 내가 주는 눈치에 따라 행동하는 거예요.” 이내 그녀는 커다란 룸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안은 호화롭기 그지없었고 의자와 테이블마저 고가였다. 원형 테이블에서는 성인 남자 두 명과 아이가 앉아 있었다. 두 남자는 바로 윤재현과 하도하였다. 외모가 출중한 두 남자는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고 꼭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강은호도 따라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호원이 그를 막아섰다. 성지원은 고개를 돌려 괜찮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문이 닫혔다. 홍유빈은 윤재현의 옆으로 간 뒤 성지원에게 눈빛을 보냈다. 하도하의 곁에 서 있으라는 의미였다. 성지원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하도하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아이는 자세를 바로잡더니 자꾸만 흘끗흘끗 그녀를 보았다. 대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 싶었지만 분위기 탓인지 곁눈질로만 보고 있었다. 아이는 그녀가 정말로 좋은 듯했다. 윤재현은 담담하게 성지원을 힐끗 보고서는 다시 하도하를 보았다. 이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제가 먼저 한잔하죠.” 말을 마친 윤재현은 앞에 놓인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홍유빈은 성지원을 흘끗 보고서는 윤재현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 의미는 그녀더러 하도하의 잔에 술을 따라주라는 의미였다. 성지원은 하도하 옆에 놓인 술잔을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구겼다. 술은 와인이 아니었다. 평소에 와인을 즐겼던 그녀는 다른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살짝 찡그린 정도였고 곧바로 손을 내밀어 술잔을 집었다. 거의 동시에 하도하도 술잔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성지원이 더 빨랐다. 그렇게 하도하의 손은 하얀 성지원의 손등 위에 내려앉았다. 손은 하얗고 가느다랬지만 살집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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