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곧 익숙한 쉰 목소리가 들려왔고 말투는 다급했다. “지원아, 너인 거 알아. 나랑 한 번만 만나 줘.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하도하와 성지원은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성지원은 문정우가 이미 그녀가 하도하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무엇이 항상 냉정하고 침착한 문정우를 이렇게 초조하게 만든 걸까? 문정우는 왜 성지원을 만나고 싶어 하고 또 성지원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하도하는 휴대폰을 성지원 앞에 놓고 피하지 못하게 했으며 깊은 눈으로 성지원을 응시했다. “지원아, 뭐라고 말 좀 해 봐. 네가 듣고 있는 거 다 알아. 한 번만 만나고 싶어. 만나줄 수 있어? 나 너한테 할 말이 많아.” 성지원은 하도하를 한번 보고는 몰래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더 이상 너랑 할 말도 없고 너랑 만나고 싶지도 않아. 어젯밤 일도 고맙다고 하지 않을 거야. 네가 나한테 진 빚을 갚은 셈 칠게. 내 휴대폰은 남서연한테 줘. 내가 알아서 가지러 갈 테니까.” “지원아, 이러지 마. 내가 미안한 거 알아. 나는...” 성지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차갑게 문정우의 말을 끊었다. “문정우 씨, 나 지금 잘 살고 있으니까 지난 일은 다시 언급하지 말고 더 이상 전화도 하지 마.” 하도하는 계속 성지원을 주시하면서 그녀의 얼굴에서 약간의 위장이라도 찾으려는 듯했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다. 이째 문정우가 아까보다 더 다급하고 불안하게 말했다. “지원아, 내 말을 좀 끝까지 들어봐.” 이번에는 하도하가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나른하게 말했다. “지원이가 제대로 말했을 텐데요? 지원이는 더 이상 당신과 할 말이 없으니 우리 부부의 잠을 방해하지 말아요.” 말을 마친 하도하는 문정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문정우는 다시 전화하지 않았다. 성지원은 안도하면서 다시 하도하의 옆에 누웠으며 차가운 얼굴로 누워 있는 하도하의 손가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도하 씨, 오늘 밤 일은 우연이에요. 걱정 말아요. 다시는 문정우를 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