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성지원이 가까이 올 때마다 문정우는 안간힘을 써서 마음속의 욕망을 억누르고 그녀를 밀어낼 수 있었다. 성지원과 키스할 때도 너무 몰입하여 선을 넘고 백설희에게 미안하게 될까 봐 문정우는 힘들게 참았다. 이제 문정우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었다. 성지원은 문정우를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마터면 그의 신부가 될 뻔했지만, 문정우는 모질게 성지원을 버리고 그녀를 해성시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예전에 성지원은 매일 문정우에게 달라붙는 것을 좋아했지만 지금 성지원은 그녀의 생화 속에 문정우의 흔적이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문정우 본인이 직접 성지원을 다른 사람 품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문정우는 이런 고통을 속으로 삼키며 스스로 그 결과를 떠안아야 했으며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날 밤 문정우는 성지원의 휴대폰을 날이 밝을 때까지 주시했다. 다음 날 아침 성지원은 하도하의 기척을 듣고 졸린 두 눈을 열심히 뜨고 따라 일어났다. 자기 방으로 달아가 씻고 최대한 빨리 옷을 갈아입은 성지원은 주방으로 달려가 냄비로 면을 삶았다. 하도하가 나왔을 때 성지원은 이미 면을 그릇에 담고 하얗고 예쁜 얼굴로 하도하를 보고 있었다. 하도하는 성지원의 맞은편에 앉아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성지원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아첨한다고 조롱하는 것 같았다. 성지원은 하도하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 “도하 씨, 오늘 도하 씨랑 같이 출근할래요.” “이유.” “차와 커피도 따라주고 피곤하면 마사지도 해 주려고요.” “난 비서가 있어.” 하도하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성지원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사실 도하 씨 옆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면서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하도하는 어제 책을 30분 정도 읽다가 두 시간 동안 잠을 잤던 성지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네. 조용하긴 해.” “동의하는 거예요?” 성지원이 외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자 하도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