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하윤은 차에 올라탄 후 잠시 조용해지더니 성지원을 보며 물었다. “대체 왜 나를 꼭 끌고 가려는 거야? 서연 언니한테 무슨 일 있어?” 성지원은 어젯밤 진유미가 남서연한테 전화했던 일을 말했으며 하윤의 반응도 어젯밤 성지원과 똑같았다. “망했네. 서연 언니가 분명 손해를 봤을 텐데 왜 말리지 않았어?” “나도 그러고 싶었어.” 성지원은 어젯밤 일을 모두 하윤에게 말해주었고 하윤은 무슨 드라마 스토리를 듣는 표정으로 주진우를 욕할 겨를도 없이 몰입했다. “하도하가 문정우한테 가서 너를 데려올 때 두 사람이 싸웠어?” 안타깝게도 하윤이 원하는 답을 성지원도 알지 못했다. “난 기절해 있어서 아무것도 몰라. 하도하도 안 알려줬어.” “이렇게 중요한 대목을 모르고 있다니.” 하윤은 너무 실망스러워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내 생각에는 그런 상황이면 분명 둘이 싸웠을 거야. 하도하가 다쳤어?” 성지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하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문정우가 다쳤겠네. 지금 어떻게 됐나 몰라. 네가 이렇게 빨리 결혼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야.” 하윤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원아, 이건 내 예감인데 문정우는 분명 후회하고 있어. 사람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널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니까. 다른 사람을 볼 때랑은 전혀 달랐어.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왜 결혼식 날 널 버리고 간 건지. 지난 6년의 감정이 그렇게 갑자기 변할 수가 없잖아.” 성지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어젯밤 문정우와의 통화를 떠올리며 마음이 복잡했다. “하윤아, 더 이상 문정우를 언급하지 마.” 하윤은 성지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원아, 너 정말 문정우를 내려놓은 거야?” 성지원은 잠들어 있는 하우주를 보며 말했다. “다 지난 일이야.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봤자 아무 소용 없어. 난 그냥 앞을 내다보면서 잘 살고 싶어.” 성지원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 일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윤는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한탄하며 얼마 전 성지원이 기쁜 마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