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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김시안은 마지막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우리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가 그곳에서 나의 물건이 온통 사라진 것을 보았을 때 비로소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김시안에게 2년간 길러진 금빛 새장 속의 작은 새가 갑자기 새장을 뛰쳐나간 것이다. 자유를 얻은 새보다도 주인의 금단 증상이 더 격렬하게 찾아왔다. 김시안은 침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김시안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는 그가 지난 2년간 내게 사 주었던 모든 물건을 침대 위에 진열해 놓았다. 온갖 성적인 도구들과 속이 비치는 속옷, 끈이 달린 짧은 치마, 토끼 귀 같은 것들... 그리고 내가 이 모든 것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곧 김시안을 떠날 충분한 용기를 얻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이 모든 일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를 궁지에서 구해준 사람이 실은 이토록 썩어 빠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를 향한 김시안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대개 육체의 충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그러했다. 사실 나는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김시안이 처음 나에게 고백했을 때 그것은 친구들의 부추김 때문이었다는 것을.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학과에서 유명한 수재이자 미녀였지만 성격과 가정환경 탓에 나는 늘 조용했고 학업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김시안의 그 여우 같은 친구들은 나처럼 유명한 얼음 미인이 과연 어떤 남자에게 넘어갈지 궁금해했다. 동시에 김시안의 지휘 아래에서 내가 깨끗한 백지에서 얼마나 더럽게 물들게 될지 알고 싶어 했다. 김시안은 임설아처럼 백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와 만나기 전에는 나 역시 티 없이 새하얀 백지였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었다. 나는 김시안이 어떤 이유로 나를 만났는지 따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정으로 개의치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떠난 것은 실망 때문이었고 그 실망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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