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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유현준은 심이연의 숨통을 정확히 거머쥐었다. 심이연은 속으로 되뇌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유현준을 믿어보기로. 이것이 그녀가 유현준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유현준은 그녀의 짐을 다시 옮겨주었고 그들은 폭풍 전야 같은 정적 속으로 돌아갔다. 심이연은 다음 날 열릴 상장 기념 연회에 참석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유현준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녀를 데리러 올 사람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엄하설이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청주에서 파는 밤설기 사진이었다. 문구는 이랬다. [그냥 밤설기가 먹고 싶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변호사님이 직접 하루 종일 운전해서 사다 주셨다. 이런 남자라면 누구라도 결혼하고 싶겠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런 게시물을 엄하설은 수없이 올리곤 했다. 처음엔 심이연도 캡처본을 들고 가 따져 묻기도 했지만, 유현준은 매번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였다. “하설이가 아프잖아. 소소한 부탁 하나 들어주는 게 뭐가 문제야?” 심이연이 우리가 부부라고 하면 유현준은 도리어 반박했다. “이연아, 내가 하설이랑 잠이라도 잤어? 매일같이 의심하는 거 진짜 짜증 나. 내가 이렇게 하는 것도 다 너를 위해서잖아. 네 아버지 죄를 대신 갚으려고 그러는 거라고.” 시간이 흐르며 심이연은 입을 닫았고 엄하설은 갈수록 안하무인이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심이연의 가슴도 저릿했다. 유현준을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는 남은 감정이 없으니 그저 실소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심이연은 엄하설의 SNS 계정을 차단하고 혼자 택시를 타고 연회장으로 향했다. 연회장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했고 그 조명은 마치 유현준과 엄하설이 천생연분인 양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조차 엄하설을 웃으며 작은 형수님이라 불렀다. 예전 같으면 유현준은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 얼굴을 굳히며 다 지난 일이니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선을 그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더 이상 선을 긋지 않았고 오히려 묵인하기까지 했다.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을 향해 웃으며 아부 섞인 말을 건넸다. “작은 형수님, 오늘 같은 중요한 자리에 같이 오신 것만 봐도 현준 형님 마음속에 형수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겠네요.” “맞아요. 형님이 매년 경매회 때마다 형수님 선물은 빼놓지 않고 챙긴다면서요? 그런 정성이 아무한테나 나오는 게 아니죠.” 유현준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하설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야. 그동안 하설이가 곁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회사 상장도 이렇게 빠르지 못했을 거야.” 엄하설은 눈부시게 웃으며 대꾸했다. “당시 갈 곳 없던 저에게 현준이가 쉴 곳을 내주었잖아요. 전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그를 도왔을 뿐이에요.”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엄하설은 그를 유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평소 공과 사가 철저했던 유현준이었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을 꾸짖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심이연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걸렸다. 오늘 같은 자리에 오는 게 아니었다. 맞은편 사람이 눈썰미 있게 그녀를 발견하고는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형수님,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방금까지 웃음꽃을 피우던 무리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유현준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었다. 심이연은 차갑게 냉소했다. 역시 자신이 그들의 흥을 깨버린 모양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당당하게 대꾸했다. “오늘은 유성 그룹의 상장 기념 파티예요. 제가 유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이 자리에 오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다들 당황한 기색으로 서둘러 변명을 늘어놓았다. “형수님, 방금 저희끼리 한 말은 그냥 농담이었어요.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심이연이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별로 재미없네요.” 유현준이 다가와 목소리를 낮춰 으르렁거렸다. “오늘 회사 상장 파티야. 꼭 이런 데서까지 소란을 피워야겠어?” 또 ‘소란’이다. 심이연이 무엇을 하든 유현준의 눈에는 그저 생떼를 쓰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절실함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 심이연은 고개를 들어 그의 검은 눈동자를 빤히 응시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이토록 지긋지긋하다면서, 왜 이혼만큼은 해주지 않는 것인지. 모든 이들이 유현준을 사랑꾼이라 불렀지만 정작 아내인 심이연은 단 한 조각의 온기도 느끼지 못했다. 아버지의 재판이 그의 손에 달려 있었기에 심이연은 억지로 감정을 누르며 차갑게 읊조렸다. “안이 좀 답답하네요.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심이연이 몸을 돌려 연회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유현준이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려 했지만 손바닥엔 허공만이 스쳤다. 유현준은 멍하니 제 손을 바라보았다. ‘심이연이 언제 이렇게까지 마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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