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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엄하설은 눈가가 붉어진 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준아, 혹시 내가 부담스러워진 거야? 내가 짐 같아서 싫어진 거야?” 그 말에 유현준은 본능적으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3년 동안, 그는 몇 번이고 관계를 정리하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엄하설은 늘 이런 식으로 자신을 낮추며 붙잡았다. 그런 모습이 불쌍해서, 또 괜히 상처 주기 싫어서 결국 유현준은 매번 말끝을 흐리며 넘겨버리곤 했다. 하지만 오늘 밤, 금방이라도 울 것 같던 심이연의 표정이 자꾸 떠올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유현준은 단숨에 말해버렸다. “그런 거 아니니까 자꾸 오해하지 마. 나는 그냥 너도 네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디너는 안 먹을게. 우리 둘의 신분으로는 함께 앉을 자리가 아니잖아.” 이렇게 말한 뒤, 유현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렸다. 문을 닫는 순간, 안에서 무언가를 내던지는 소리가 났다. 예전 같았으면 다시 들어갔을지도 모르나 이번에 유현준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심이연을 위해 그는 3년 동안 죄를 갚는 마음으로 모든 걸 감내했었다. 그러니 이제 충분했다. 그날 밤, 유현준은 심이연을 깨울까 봐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회사로 향해 그곳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튿날 아침, 비서가 귀가하지 않은 유현준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대표님, 어젯밤에 안 들어가신 건가요?” 유현준은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눈을 떴다. “급한 일이 생겨서 회사에 있었어. 마침 부탁할 일이 있었는데 잘됐네. 새 비서 한 명 좀 구해줘.” 그간 그는 엄하설에게 말로만 퇴사 얘기를 꺼냈을 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비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표님, 혹시 엄 비서님이 뭘 잘못했나요?” 그동안 유현준이 어디를 가든 엄하설을 데리고 다닌 건 회사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몇몇 직원들은 그녀를 ‘작은 사모님’이라 부르기도 했다. 물론 입 밖으로 내는 일은 없었지만. “잘못한 건 없어. 다만 하설이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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