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화
“뭐래? 진짜 바보예요? 그걸 안 붙이면 어떻게 나가?”
윤서가 이를 악 물었다.
“누굴 더러 바보래? 한번만 더 욕해 봐라, 내가 이걸 아주 그냥 밖으로 던져 버릴 거야.”
송영식은 아까부터 은근히 말을 막하는 윤서에게 화가 났다.
“…제가 잘못했네요. 제발 그걸 저에게 좀 건네 주시겠어요?”
윤서가 웃음을 장착했다.
“안 주워주시면 이대로 뛰어 나가서 회장님이 날 덮쳤다고 말하고 다니겠습니다. 밖에 기자도 많던데, 아, 백지안도 있지?”
“졌다, 졌어.”
송영식은 윤서의 협박에 어떨 수 없이 집어서 윤서에게 건네주었다.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송영식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우스웠다.
‘아니, 그저 니플 패치 하나 주워주는 걸로 저렇게 부끄러워할 일이냐고?’
“뭐야,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셔? 영 여자 경험도 없는 사람처럼?”
“누, 누가 경험이 없대?”
송영식은 일부러 크게 말하긴 했지만 좀 주눅이 들었다. 서른이나 먹은 남자가 경험이 전혀 없다고 말하려니 뭔가 부끄러웠다.
“경험이 있긴 있으시구나? 누구? 백지안에게 가서 말 해줘야지. 그래도 유경험자시라고.”
임윤서가 빙글빙글 웃으며 약을 올렸다.
“거 말 많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있지 그래.”
영식이 어두워진 얼굴로 경고했다.
“궁금해서 좀 물어본 걸 가지고. 설마, 여자 몸 본 것도 내가 처음 아닌…”
임윤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영식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나가 버렸다.
그러고 대뜸 문을 쾅 닫고 나가는 골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우스웠다.
‘부끄러워서 화내는 거 봐.
아니지, 설마 그렇게 순수하려고? 그러면 백지안 같은 인간에게는 정말 너무 아깝잖아.’
----
연회장.
송영식은 와인잔을 들고 훌쩍 마셨다.
‘젠장!’
윤서 때문에 열이 받아서 그런지, 처음 여자 알몸을 봐서 그런지 열기가 몸의 특정 부위로 몰리는 기분이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경험도 없다니 어째 생각할수록 창피하잖아.’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백지안이 다정하게 물었다.
“임윤서 때문이지.”
송영식이 마뜩찮은 듯 말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인간이 있는지….”
“왜? 무슨 짓을 했길래?”
“걔가… 그게… 아,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룸에서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니 확 민망해졌다.
백지안은 그 모습을 보고 심장이 철렁했다. 대체 송영식과 임윤서 사이에서 말 못할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말인가?
마침 그때 임윤서가 여전히 레드 드레스를 입은 채 우아하게 계단을 돌아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지안의 눈에 짜증이 스쳤다.
‘뭐야? 아직 안 갈아 입었잖아?’
“미안해. 갈아입으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더라고.”
송영식이 매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고 내가 옷을 벗길 수도 없잖아.”
“괜찮아. 그냥 드레스인걸. 마음에 두지 마.”
백지안은 억지로 송영식을 위로했다.
“안녕하세요!”
윤서가 갑자기 두 사람 앞에 와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드레스를 안 갈아입어서 죄송하네요.”
목소리가 워낙 처서 적잖은 사람들이 그들을 돌아보게되었다.
“임 총감이 왜 드레스를 갈아입는데요?”
방 대표가 웃었다.
“이렇게 아름답게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굳이 갈아입을 이유가 있나요?”
백지안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송영식도 눈치채고 얼른 경오를 날렸다.
“임 총감….”
“제가 글쎄 죄송스럽게도 오늘 백지안 씨랑 똑같은 색 드레스를 입고 왔지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