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당신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면, 그 아이가 정씨 가문의 후계자가 될 거야. 만약 딸이면, 내가 정씨 가문의 재산 절반을 그 아이의 혼수로 물려줄게.”
김윤아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의 팔에 얼굴을 기대며 물었다.
“정말요? 내가 어떻게 믿어요? 당신한테는 이미 아들이랑 딸이 있잖아요. 그 애들 두고 어떻게 우리 아이한테 모든 걸 물려줄 수 있겠어요?”
정도현은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었다.
“그 애들? 걔네는 오래전부터 나를 아버지로 여기지도 않았어. 자기들 친엄마가 자살한 게 내 탓이라며 나를 원망했지.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서 나랑 의절한 지 오래야. 이미 나와는 정이 다 떨어진 사이니까, 내 재산을 물려줄 이유도 없어. 차라리 당신 배 속의 아이를 제대로 키워서 내 뒤를 잇게 만드는 게 낫지.”
그러나 김윤아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거짓말 마세요. 제가 듣기론, 당신이 그 애들이랑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던데요? 혹시라도 그 애들이 돌아올까 봐 기대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정도현은 순간 살짝 굳어졌지만, 이내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건... 단지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것뿐이야. 이렇게 큰 가문을 물려줄 후계자가 필요하니까 잠시 고민했던 거지.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어. 당신이 내 아이를 낳으면, 걔네가 돌아오든 말든 상관없어.”
...
그날, 우연히 아버지 정도현의 대화를 엿듣게 된 정지안은 억울함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고 자신과 오빠를 이렇게 쉽게 저버린 아버지에게는 차가운 분노가 일었다.
‘이제 와서 우리를 버리고 다른 여자의 자식에게 정씨 가문을 물려주겠다고? 그동안 우리를 찾는 척, 잘해주는 척했던 이유가 결국 후계자가 필요해서였어? 자기가 늙어서 병들었을 때 곁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지...’
‘이제 새엄마가 임신하니까, 우리 오빠랑 나는 버리고 정씨 가문의 재산을 다른 잡종한테 넘기겠다는 거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와 오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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