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옛 본가 쪽 상황을 한번 알아봐.”
“알겠습니다, 대표님.”
이 시점에서 18년 전의 일이 갑자기 수면위로 떠오른 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려서 심민아가 조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통화를 끊고 박진호는 이마를 가볍게 문질렀다. 창밖 어둠을 바라보며 그의 기억은 어느새 18년 전으로 흘러갔다.
[오빠, 아무것도 안 먹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오빠, 나를 위해서라도 살아줘.]
[오빠, 가족이 오빠를 구하러 오지 않았어? 그럼 나도 안 갈래. 내가 오빠 데리고 같이 탈출할 거야. 앞으로, 오빠 목숨은 내 거야.]
18년이란 세월은 너무나 길어 수많은 기억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작은 소녀의 깨끗하고 생명력 넘치는 웃음과 눈동자만큼은 또렷했고 그 기억은 그의 피와 영혼 깊숙이 각인돼 있었다.
사실, 그는 18년 전에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그를 살렸고 그의 목숨은 그때부터 심민아의 것이었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중요하지 않았고 그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았다. 심지어 방성훈에게 세뇌당해 자신을 죽이려 해도 상관없었다.
“민아야, 벌써 18년이야... 이제는 너와 서로를 마주해도 될까?”
18년 전. 열 살의 그는 버려진 아이였고 열여덟의 그는 홀로 박씨 가문에서 험난한 길을 헤치며 살아남았다. 오직 그녀 곁에 서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그녀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수많은 생사의 위기를 견디며 결국 박씨 가문의 절반을 손에 넣었다.
그가 열여덟이던 그 해, 심민아는 열네 살이었고 박진호는 그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 선배가 되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소녀와의 재회를 꿈꿨지만 심민아의 아버지 심태호가 막아섰다.
“그때의 납치는 민아에게 너무나 큰 상처였네. 고열로 며칠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깨어나서는 의사가 되겠다는 말 외에 입을 열지 않았네. 석 달을 침묵으로 보냈지. 다시 자극을 받으면 영영 말을 잃고 자기 세계에 갇힐지도 모른다고 했어.”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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