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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깊은 밤, 하씨 가문에서 나오는 심민아를 본 것만으로도 이미 짜증스러웠던 강소라는 방금 그녀의 목에 남겨진 키스 자국을 목격한 후 불길한 예감에 온몸이 감싸이기 시작했다. “설마, 심민아가 이번엔 하수빈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강소라는 더욱 초조해지며 블라우스 옷깃을 좀 더 아래로 끌어내려 관능적인 매력을 드러내려 애썼다. 그때 집사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 대표님께서 피곤하시다고 그냥 돌아가시랍니다.”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강소라의 손이 멈췄다. “뭐라고요? 날 그냥 돌려보낸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분명히 나를 데려오라고 차까지 보냈으면서 이게 말이 돼요?” “저희 대표님 뜻입니다.” 결국 강소라는 저택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올 때는 차가 있었지만 돌아갈 때는 누구 하나 신경 써주지 않았다. 하수빈의 저택은 외진 산 중턱에 있었다. 이런 시간에 택시를 부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걸어서 내려가려면 밤새 걸어야 할 판이었다. 강소라는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솟았다. “하수빈이 날 불렀던 건 분명히 나와 밤을 보내고 싶어서였을 텐데 심민아 그 뻔뻔한 여자가 가로챈 거야!” 강소라는 자신의 미래 남편을 빼앗기 직전이라는 위기감에 견디지 못하고 곧장 방성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훈 씨, 만나서 얘기 좀 해. 우리 딸 문제로 상의할 게 있어.” 하씨 가문 저택 안.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박진운이 창밖에 서 있는 강소라를 흘깃 보며 느긋하게 술잔에 술을 따랐다. “강소라를 일부러 불러서 심민아랑 마주치게 하고 또 일부러 강소라를 그냥 돌려보냈잖아.” 하수빈이 부정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알잖아, 내가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 내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박진운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직접 살인하는 건 싫고 남을 이용하는 건 좋아하지. 근데 강소라가 정말 쓸만한 칼이 될까?” 하수빈이 소파에 앉으며 나직이 말했다. “잘 갈고 닦아 아주 날카로운 칼로 만들 거야.” 박진운은 다리를 탁자 위에 얹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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