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화
짐칸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로를 껴안고 있던 심민아와 박진호의 모습이 떠오르자, 임미정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그녀는 오늘 밤, 이 유람선 위에 무도회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여자용 수트를 입고 나왔다. 첫 곡은 심민아와 함께 추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민아의 파트너가 자기가 될 수 없다는 것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가질 수 없다면, 망쳐버리면 돼. 내가 민아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면 박진호도 될 수 없어.’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눈치챈 소라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임미정에게 심민아를 향해 품고 있는 감정을 내려놓으라고 감히 권할 수는 없었다.
과거 임씨 가문에서, 임미정은 철저히 무시당하던 아이였다.
아버지에게 외면받고 계모에게 학대당하고 이복동생 임기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하인들에게조차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던 임미정을 품어준 단 한 사람이 바로 심민아였다.
늘 심민아의 등 뒤에 숨어 울기만 하던 어린애가 지금의 냉철한 CEO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심민아 덕분이었다.
임미정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을 갑판에 올려놓고 잔 속의 붉은 와인을 검푸른 바다로 흘려보냈다.
“라희 씨,라희 씨... 난 너무 억울해요. 나도 박진호랑 싸워보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이길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더라고요...”
박진호가 심민아를 향해 품은 감정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열여덟 살의 심민아 마음속에도 오직 박진호뿐이었다.
그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도 이길 확률이 1%도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소라희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문득 임미정의 손에 들린 와인잔을 빼앗았고는 그것을 그대로 하늘로 던졌다.
밤바다 위로 붉은 유리잔이 날아가며 곡선을 그리더니 이내 ‘툭’ 하고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깜짝 놀란 임미정이 돌아보자 소라희는 눈가에 젖은 흔적을 감춘 채, 또렷한 눈빛으로 말했다.
“억울하면 싸워요. 이길 확률이 얼마 안 된다고요? 그게 뭐 어때서요. 대표님, 지금까지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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