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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동거 의심

친구들의 시선이 너무 따가워 견딜 수 없었던 구재이는 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들을 보았다. “그런 눈빛으로 그만 좀 볼래? 이런 일은 나랑 정말 아무 상관도 없어. 난 절대 그런 짓은 안 해.” 농담도 아니고 겨우 남자한테서 벗어났는데 왜 또 얽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은 혼자 사는 게 제일 좋았다. 혼자서 회사 차려 돈을 잘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애인을 만들어서 뭐 하겠는가. 남자에 미친 사람도 아니고 말이다. 설령 그녀가 누군가를 새로 만난다고 해도 그녀의 오빠들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중에서 구한별이 유독 반대가 심할 것이다. 구한별은 지난번 결혼 문제로도 이미 미칠 지경이었는데 그녀가 또 누굴 데려온다고 하면 분명 폭발할 게 분명했다. “그래도 선물 챙겨준 건 고마워. 하지만 솔직히 나한테는 별 도움이 안 돼. 마음만 받을게. 그리고 보니까 이 안에 있는 건 다 네 취향이잖아. 난 필요 없어.” 구재이는 한숨을 내쉬며 상자를 다시 현예리 쪽으로 밀어놓았다. 현예리는 이런 좋은 걸 마다하는 구재이를 흘겨보았다. “인생을 즐길 줄을 모르네. 이건 남들이 달래도 안 주는 잡지를 너한테만 가득 챙겨줬잖아. 매일 내 예쁜 미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인데 싫다고? 그리고 이 리스트들도 내가 정성껏 골라 만든 거라고. 근데 한 번 들여다보지도 않고... 짜증 나!” 현예리가 째려보며 쏘아붙이자 구재이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 현예리가 자아도취가 심하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거 말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과한 자기애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몇 번 생겼을 뿐이다. 애초에 그들이 친구가 된 것도 그렇게 시작됐다. 윤지안이 현예리의 흘러넘치는 자기애에 못 견뎌 자주 다투게 되었고 한 번은 아예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결국 구재이와 주리아가 말려서 간신히 뜯어냈을 정도였다. 그 사건 이후로 오히려 둘은 친구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까지 더해 지금까지 함께 어울리며 지내왔던지라 관계는 제법 끈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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