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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가면무도회

홍선우와 홍선빈은 이란성 쌍둥이였다.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지내다가 드디어 돌아왔는데 각자 전공도 달랐고 한 명은 물리학, 다른 한 명은 화학을 전공해 자기 분야에서 제법 이름을 알린 상태였다. 게다가 집안 형편도 넉넉했기에 두 사람은 돌아오자마자 파티를 열자고 떠들어댔다. 구재이와 윤지안은 별다른 관심이 없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주리아와 현예리는 들뜰 대로 들떠 있었다. 특히 현예리는 당장이라도 시작하자고 성화를 부릴 기세였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무덤덤해? 나 요즘 거의 숨 막혀 죽을 것 같다고. 이제 난 공인이야. 어디 놀러 가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이렇게 오래간만에 다 같이 모였는데 당연히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아줘야 하지 않겠어?” 현예리의 말에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현예리가 지금 얼마나 많은 제약 속에서 사는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파티를 만들면 정말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넌 그냥 선우, 선빈이랑 놀고 싶은 거지? 근데 알잖아. 저 둘이 시작하면 얼마나 난리 나는지.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면 그날은 철저하게 위장해야 할 거야.” 윤지안은 하품을 하며 현예리를 향해 건성으로 말했다. 현예리는 순간 움찔했다. 그랬다. 파티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텐데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얽히다가 보면 신분이 드러나기에 십상이었다. 그럼 인터넷에 또 어떤 기사가 떠돌지 뻔했다.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아침마다 눈뜨자마자 현예리는 자기 이름이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걸 보며 아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대단한 문제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사소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된 홍선빈은 태연하게 가방에서 가면 하나를 꺼내 모두 앞에 내밀었다. “뭐야, 난 또 뭐 큰일인 줄 알았더니 별일도 아니잖아? 자, 봐. 이번에는 가면무도회로 하자. 그러면 누가 누군지 절대 모를 거야. 가면 쓰고 마음껏 즐기면 되는 거지.” 홍선빈의 말에 현예리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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