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임창수는 몸을 약간 기울여 편안한 자세로 온나연에게 바싹 다가갔다. 그는 흥미롭다는 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띤 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날 누나가 저 덮친 거 말씀하시는 거죠?”
바로 그때, 종업원이 와인 한 병을 가져와 정중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온나연은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손님, 편히 즐기십시오.”
종업원은 와인을 디캔터에 따른 뒤, 두 사람의 잔에 조금씩 채워주고는 허리를 숙여 물러났다.
종업원이 사라지자 온나연과 임창수 사이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남자의 요사스럽고 매혹적인 모습에 온나연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래 수절하며 지낸 탓인지, 아니면 이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야릇한 탓인지, 온나연의 마음은 어지럽기만 했다. 묘한 설렘이 온몸의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목이 바싹 말라 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머금었다.
“어젯밤 우리...”
임창수가 얇은 입술을 움직여 대답하려는데 온나연이 손바닥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됐어. 이제 와서 물어봤자 아무 의미 없지. 뭐가 됐든 그냥 하룻밤의 실수였을 뿐이니까.”
“...”
그 말을 들은 임창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는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가락으로 가느다란 와인잔을 쥔 채, 얇은 입술을 다물며 의미심장한 호를 그렸다.
온나연은 그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꺼내 임창수 앞으로 내밀었다.
“연락처 적어. 돈 보내줄게.”
“돈이요?”
임창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의외라는 듯 온나연을 훑어보았다.
“어젯밤 우리 둘이 뭘 했든 내가 널 덮친 거니까...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하는 거 쉽지 않잖아. 돈은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게.”
온나연은 쿨하게 말했다. 그 순간, 그녀는 여경민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푼돈으로 이렇게 젊고 잘생겼으며 자신을 우러러보는 싱싱한 몸을 얻을 수 있다니,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서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그 느낌은 분명 중독성이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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